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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일 방문단은 두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키리하타(切畑)의 조선인 추도비를 참배하고, 타마세(玉瀨)의 조선인 참배묘에 무궁화를 심었습니다.

 

1백여 년 전에 이 지역에서 사망한 조선인 노동자들을 추도하고, 지난 1월 한국 방문단이 감사의 콘서트를 열었던 것에 대한 보답으로 마련된 행사였습니다. 조선인 희생자들을 둘러싸고 선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1월말 <무용신>1차 방문이 끝난 직후, 만푸쿠지의 아다치 타이쿄 스님과 아다치 치쿄 스님이 일본 <팀아이>의 여러 회원들과 협력해서 참배묘 인근에 무궁화를 심기로 기획하셨고, 마을 주민들도 동의하셨다고 합니다. 마을 공동사업을 주관하는 단심회(丹心會)와 매년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해 위령 제사를 지내오신 부인회도 참석하셨습니다.

 

만푸쿠지와 단심회와 부인회가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팀아이> 선생님들로부터 한국 분들도 참석해 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그래서 이번 실무 방문단이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1강릉포럼>의 세 분이 참가하게 된 것은 타마세 주민들에게 큰 격려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타마세 참배묘에 모셔진 3분 중의 한 분인 김병순씨가 강릉 출신이었기 때문이지요.

 

 

원래 514일은 방문단 일정이 분주한 날이었습니다. 오전 11시에는 오사카 조선학교의 동포 축제, 오후 1시에 타마세의 무궁화 식수 행사, 그리고 오후 3시 반에는 고베시립 중앙도서관에서 <청구문고 연구회>의 논문발표 모임이 있었습니다.

 

히가시오사카 히시에(菱江)의 오사카 조고와 타마세 마을의 만푸쿠지, 고베시의 시립중앙도서관은 자동차로 이동해도 각각 약 1시간씩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매우 서둘러야 간신히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사카 조선학교의 행사가 3일 동안 내리는 비로 실내행사로 전환되는 바람에 방문단의 축제 참여가 취소됐습니다. 오사카 조선학교는 10월초의 운동회 때에 방문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기로 당일 아침에 즉석 결정되었습니다.

 

 

오전이 여유로워진 방문단은 타마세의 무궁화 식수행사에 참여하기 전에 나가오(長尾)산기슭의 키리하타(切畑)에 세워진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를 먼저 참배하기로 했습니다.

 

이 추도비는 1914-15년 고베수도 개수공사 중에 터널 낙반사고로 사망한 조선인 노동자 3(김병순, 남익삼, 장장수)1929년 후쿠치야마선 철도의 개수공사 중에 다이너마이트 사고로 사망한 2명의 조선인 노동자 2(윤길문, 오이근)을 추도하기 위해 2020년에 건립됐습니다.

 

일행은 숙소 인근의 주소(十三)역에서 다카라즈카행 열차를 탔고, 이어 후쿠치야마(福知山)선으로 갈아타고 다케다오(武田尾)역에서 내렸습니다. 다카라즈카에서 다케다오까지는 3정거장에 불과했지만, 도시풍광은 완전히 사라지고 심산유곡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를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고 정세화 선생과 신도 도시유키(真銅敏之) 선생이 차로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다케다오역에서 키리하타의 추도비까지는 걸어서도 30분 이내의 짧은 거리지만, 무궁화 기념식수 행사를 돕기 위해 일찍 만푸쿠지에 도착하셨던 두 분께서 방문단의 편의를 위해 차편을 제공하신 것이지요.

 

말굽모양으로 굽은 무코(武庫)강이 소강과 만나는 곳에 차를 세우고,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추도비로 향했습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가 세워진 신수이(親水)광장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지금은 선로가 철거되고 침목들만 남아서 이곳이 한때 후쿠지야마선이 지나가던 철도였음을 보여줍니다. 침목들을 따라 걷다 보면 2개의 터널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 터널들이 바로 조선인 노동자들이 발파와 굴삭으로 파낸 터널이고, 그 중 하나가 다이너마이트 폭발사고의 현장입니다.

 

강승호, 이홍범 선생은 1월말의 방문 이래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추도비 참배가 처음이었던 김중남, 조은혜 선생은 깊은 인상을 받으셨고, 특히 김중남 선생은 추도비 앞에 큰 절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jc, 202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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