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순회공연(1937-1940)에서 돌아온 최승희 선생은 경성공연(194142-6) 직전에 문예잡지 <조광>과의 좌담회(330)에 참석, “조선음악과 조선무용으로 독무 중심의 공연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유럽과 남북미공연에서 조선무용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조광> 좌담회 다음날(41) 최승희는 또 다른 잡지 <춘추>가 개최한 좌담회에도 참석했다. 두 좌담회에서 밝힌 최승희 선생의 향후 계획은 비슷했지만 <춘추> 좌담회에서는 자신의 조선무용 작품들을 3가지로 명료하게 분류한 것이 눈에 띈다. 최승희 선생의 말이다.

 

 

내 프로그람 속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 승무같이 종래 있는 전통 것을 보고 배우고 해서 발표하는 것, 둘째는 내가 상상해서, 전설 같은 데서 힌트를 얻어가지고 창작해서 하는 것, 예를 들면 조선 생활에서 테마를 만들어서, 활량이나 초립동이, 천하대장군 같은데서 말이죠. 그런데서 힌트를 얻어서 춤으로 만들어내는 것 하고요. 셋째는 전동양적인 것, 일테면 보살이라든가 -광범위의 동양적인 것, 아세아적인 것을 무용화하자는- 이렇게 세 가지 플랜이 세워 있어요.

 

이는 세계 순회공연에서 어떤 작품을 공연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최승희의 대답이었다. 그가 분류한 세 가지 작품에 거칠게 이름을 붙이자면 (1) 전통작품과 (2) 조선작품, 그리고 (3) 동양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 분류는 전날의 <조광> 좌담회에서도 제기한 바 있다.

 

프로그램을 세 종목으로 나누었어요. ... 첫째는 현재에도 남아 있고 제대로 해오던 향토무용, 민간무용 등을 다시 무대화시킨 것이고요, 둘째는 테-마는 조선 것인데 현재에는 무용화되지 않은 것을 제 상상력으로 이렇겠다 하고 만든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전동양적인 것, 즉 내지, 지나, 조선, 인도에 있는 얻은 인상이나 감상을 가지고 만든 것, 대개 그렇습니다.”

 

 

(1) 전통작품이란 이미 조선에 있던 작품이다. ‘종래 있던 전통 춤을 보고 배워서 다시 무대화한 것이다. ‘승무검무가 그 예이다. (2) 조선작품이란 조선 소재와 테마로 창작한 작품이다. 조선 소재란 조선의 생활이나 조선의 전설 등이라고 했다. ‘활량춤초립동,’ ‘천하대장군등을 예로 들었다. (3) 동양작품은 전동양적인 것, 즉 일본과 중국, 인도와 조선 등에서 얻은 소재에 대한 인상이나 감상을 무용화한 작품들이다. 최승희 스스로 보살춤을 예로 들었다. 이 분류법을 최승희 선생의 도쿄 가부키자 공연(1941221-25) 작품들에 적용해 보았다. 13작품 중에서 전통작품이 2, 동양작품이 3, 조선작품이 8개였다.

 

1(1) 두 개의 속무(조선), (2) 검무(전통), (3) 옥적조(조선), (4) 화랑무(조선), (5) 신노심불로(조선), (6) 보현보살(동양), (7) 두 개의 전통적 리듬(전통), 2(1) 긴 소매의 형식(조선), (2) 꼬마신랑(조선), (3) 관음보살(동양), (4) 가면무(조선), (5) 동양적 선율(동양), (6) 즉흥무(조선).”

 

유념할 것은 전통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최승희 선생은 이를 전해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승희의 승무(1934)’는 전통에 더 가깝다는 한성준의 승무(1939)’와 다르다. 한성준의 승무를 전수받았다는 그의 손녀 한영숙의 승무는 공연시간이 26분에 달하지만, 최승희의 승무는 5분을 넘지 않았다.

 

 

검무도 마찬가지였다. 이 작품의 기원은 삼국시대 신라 화랑 황창(黄昌)의 힘차고 웅장했던 춤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말기의 검무는 기생들이 연회장에서 공연하는 부드럽고 유약한작품이 되고 말았다. 최승희 선생은 기생 검무를 답습한 것이 아니라 이 작품 본래의 강함역동성을 되살렸다고 한다. 최승희의 검무가 화랑 황창의 검무와 얼마나 유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조선말 기생들의 검무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 전통작품이라 하더라도 최승희는 이를 (1) 짧은 길이(5분 이내)와 기승전결의 구성이라는 근대적 기준에 따라 재구성하거나 (2) 문헌 고증에 따라 원래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따라서 최승희의 작품은 전통작품이라 하더라도 창작무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