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팀아이> 회원 세 분이 한국(통영, 나주, 강릉, 서울)을 방문하신지 세 달이 지났고, 한국의 <무용신>회원 삼십 분이 일본(오사카, 다카라즈카)을 방문한지 한 달 반이 지났습니다. 이 두 방문을 통해서 많은 사실이 알려졌고, 깊은 감동도 공유되었습니다.

 

또 상호방문을 통해 더 많은 일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베 청구문고>의 영상회에서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에 대한 다큐멘터리(정세화 제작)가 상영되었고, 한국에서도 사진과 영상으로 영상 앨범이 제작되고 있고, 시와 서화와 보고서 등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제작되는 이 작품들은 앞으로 한일 시민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시간과 재정, 그리고 재주가 닿는 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일 양국 정부가 벌이는 멍청한 짓을 보면서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이 글을 씁니다. 그것은 시민과 국가, 그리고 시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입니다.

 

<무용신>은 한국의 시민모임이고 <팀아이>도 일본의 시민단체입니다. 이 두 시민단체는 협력을 통해 재일 조선학교와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에 관련된 일을 해 왔습니다. , 우리의 일은 시민 활동이고, 국가나 정부의 입장이나 방향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과 정부의 입장이 다를 때는 시민이 더 중요합니다. 시민이 국가의 주권자이고 정부의 상사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정부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시민단체는 이를 지원할 수 있고, 잘못된 정책을 펼 때 비판하고 타도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원칙이고 공화국의 성격입니다. 당연한 말이지요. 한국과 일본은 둘 다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므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질 수 있고, 지켜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고,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일 양국 시민의 관계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은 갈등하고 대립할 것이 아니라,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과 한국 정부의 왜곡과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시민의 임무이지만, 그것은 양국 시민들이 인식을 공유하고 교류와 협력을 이룰 때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다면, 그것은 시민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시민 책임이라는 말이죠.

 

 

한국 시민 중에서는 일부 일본 시민들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분들도 있고, 일본 시민들 사이에도 혐한 감정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가 정책 관철을 위해 조장하고 유지하는 것일 수는 있어도, 시민들이 견지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시민의 혐한 감정이나 재특회 활동과 한국 시민의 반일감정은 그 범위와 강도가 다양하지만, 그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그래서 일본 시민들의 좋은 점과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호의와 감사를 드리고, 그런 일들이 상호간에 계속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일 조선학교> 지원과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건립이 좋은 예로 꼽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길게 말씀드렸지만, 짧게 줄이면, 시민들은 사안에 따라 정부 정책에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교류와 협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나라든 시민의 관심은 갈등과 전쟁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과 일본 시민이 공감하고, 이해하고,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시민이 정부에게 휘둘리는 주객전도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 좋은 일들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한일 양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고, 지금은 그래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시민들끼리는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교류와 협력이 견지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평화와 번영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3/3/8, 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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