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민들의 자발적, 투쟁적 근대화 요구는 경춘선 도로 개보수와 철도 개설 문제뿐 아니라 공회당 설립 과정에서도 읽을 수 있다. 춘천공회당 설치요구가 처음 언론에 보도된 것은 19251112일의 <부산일보>에 실린 춘천지국의 후등생(後藤生, 필명)의 기사였다.

 

후등생은 춘천의 인구가 늘고 있어 내지인과 조선인 모두를 위해 시민을 위한 문화시설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춘천읍 허문리(=지금의 중앙로1)의 소규모 공회당이 춘천의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었으나 워낙 소규모여서 일부 영화를 상영할 수는 있었지만 정식 문화예술 공연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듬해인 192781일의 <조선신문>은 춘천번영회가 대전(大典)기념 사업으로 춘천공회당을 건설하기 위한 제1회 준비위원회롤 열고, 이 문제를 번영회 평의원회에 정식으로 제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전이란 1926년 말에 사망한 다이쇼 천황의 뒤를 이은 히로히토 천황의 즉위를 기념하는 의례를 가리킨다.

 

1929년 12월20일의 <매일신보>에 실린 춘천공회당의 완공된 모습.

 

98일의 <매일신보>일도의 중심지인 춘천읍내에 공회당의 설비가 없음은 일반이 심히 유감으로 여기던 바라고 전하고 최근 공사의 회합이 있을 때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협의를 거듭해 온 춘천 면장과 번영회장, 도평의원, 도청 내무주임 등의 유력인사들도 공회당 건설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93일에 개최된 공회당건설문제협의회에서는 춘천면협의원 최양호(崔養浩)씨가 자진 솔선하여 공회당 건설자금으로 1천원을 기부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후 경성과 춘천의 인사들이 춘천공회당 건설기금을 기부하기 시작했고, 많게는 1천원, 2천원씩, 적게는 수백원, 수십원씩 기금이 조성되어, 총액이 12892원에 이르렀다.

 

1929712일자 <조선신문>은 공회당 기성회가 공회당 부지로 춘천면사무소 가로옆()”으로 정해져, 정지공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고, 1929129일의 <조선신문>춘천공회당이 완성되어 1215일 낙성식을 거행한다고 전했다.

 

1925년 11월12일의 <부산일보>에 게재된 춘천공회당 설립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론에서 역설한 논설

 

1220일의 <매일신보>“1215일 오전11시부터 성대한 낙성식을 거행했다고 보도하고, 이 자리에는 도지사를 비롯한 도청 간부들과 시내 각관공서장을 위시하여 시민유지들까지 약 5백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고 전했다. 또 기사는 이 공회당이 본관과 부속건물을 합하여 112평을 차지했고, 건설비로는 모두 173백여원이 들었기 때문에 춘천에 있어서는 자못 미려 광대한 건물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1930812일의 <중외일보>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공회당은 금년 신축하여 시내에서는 굉장한 건물로 무슨회를 물론하고 공회당에서 모이게 되는 바라고 전하면서도 천정에 공기구멍이 없어서 도무지 사회자의 말을 객석에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혹 연극단 같은 것이 와서 흥행하게될 때에라도 무대에서 하는 말이 왕왕 울리기만 하고 도무지 객석에는 들리지 아니하여 일반은 심히 유감중 다시 수선치 아니하면 도저히 될 수 없다고 일반의 원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음향의 문제가 수리되었는지의 기록은 나타나있지는 않지만 그로부터 약 반년 후인 1931221일 최승희가 이 공회당에서 무용공연회를 열었을 때에는 음향에 대한 불만은 언급된 바 없었다. 무용공연회는 말을 알아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1936년 4월22일의 <조선중앙일보>에 실린 춘천공회당 내부의 모습

 

춘천의 민간인 유지들이 1925년경부터 춘천의 철도와 도로교통 개선과 공회당 건축에 앞장섰던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일제 당국이 춘천 착취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근대화의 혜택을 받지 못한 시민들이 직접 나서 근대적 시설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춘천자동차사>를 설립해 일본인 자동차사의 독점을 끝장낸 최백순과 <춘천공회당 기성회> 첫 회의에서 1천원을 기부하고 기성회 부회장으로서 공회당을 완성해 낸 최양호씨 등, 조선인 유지들이 춘천의 초기 근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실은 기억해 둘만 하다.(jc, 2021/8/18초고; 2024/2/18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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