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동 선생님께서 첫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가가 북문터에 있었다고 답변하신 것을 계기로 당시 나주성과 북문터가 어떤 상태였는지 궁금했다. 일제강점기 나주 사진이나 지도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1913년의 <지적원도>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이 지도는 일제 조선총독부가 토지조사사업(1910-1918)을 시행한 결과로 작성된 것으로 <토지조사부>와 함께 20세기 초 한국의 토지소유 및 사용 현황을 그나마 제대로 보여주는 자료이다.

 

한 가지 미리 지적할 것은 전남지역, 특히 나주지역의 지적원도가 매우 이른 시기에 작성되었다는 점이다. 경성 중앙부인 광화문통의 측량이 191210월부터 1127일까지 끝났고, 1912년에 지적원도가 제작되었다. 1914315일부터 추가측량이 이뤄졌다는 기록이 부기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이미 완성된 지적원도를 부분적으로 수정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전남 나주군 나주면의 측량이 1913224일부터 38일까지였고, 지적원도가 완성된 것도 바로 그해(1913)였다. 경성 중심부와 나주면의 측량 시기 차이가 불과 4개월에 불과하다. 나주면의 측량은 당시 조선 제2의 도시였던 평양(191351-531)보다 약 3개월이나 빨랐고, 제주도(1914)나 강원도(916)에 비해서는 훨씬 빨랐다. 아마도 호남의 곡창지대에 위치한 나주의 토지 측량에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913년 발행의 나주군 나주면(지금의 나주시 읍성권)의 지적원도에서도 나주성 4대문의 위치를 식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 지도에는 토지 구획과 함께 용도 및 번지수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문터를 짐작할 방법은 있었다. 지적원도에서 (1) 성벽()(2) 주요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3) 국유지()로 표시된 주소지를 찾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적원도에 나타난 나주면 남문정 59-2번지는 성벽에 접해있고, 간선도로에 면해 있는 택지()로 표시되어 있는데 괄호 안에 국유지()라고 되어 있다. 이를 오늘날의 지도와 비교해 보면 남고문(南顧門)의 위치와 일치한다. 즉 오늘날 남고문의 주소 나주시 남내동 2-20번지는 일제강점기의 나주면 남문정 59-2번지였던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오늘날 나주성의 동문인 동점문(東漸門)의 주소인 나주시 중앙동 126-8번지1913년 지적원도에서는 나주면 북문정 130번지였으며, 이 지점이 앞서 말한 세 조건, 성벽과 간선도로가 교차하는 국유지였다. 또 오늘날 나주성의 북문인 북망문(北望門)은 오늘날 주소가 나주시 금남동 1번지이지만, 1913년의 지적원도 상의 주소는 나주면 북문정 30번지였고, 바로 이곳이 성벽과 간선도로가 만나는 국유지인 택지였다.

 

그러나 나주성의 서문인 영금문(映錦門)은 위의 규칙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다. 영금문의 오늘날의 주소는 나주시 서내동 108-2번지이다. 하지만 1913년의 지적원도에는 성벽과 간선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국유지 택지가 없었다. , 이 지역에 몰려있는 나주시 서문정 77, 78, 79번지와 105, 106번지와 107번지등의 6개 주소지가 성과 간선도로가 만나는 주소들이었는데, 이중 어느 것도 국유지가 아니었다.

 

 

서문 인근의 국유지인 택지는 그보다 다소 동쪽으로 떨어진 나주시 서문정 103번지였다. 그러나 103번지가 성문이 있던 곳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성문은 원래 성벽과 도로가 만나는 곳에 소재해야 제 기능을 발휘하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서문이 가장 이른 시기에 헐린 후 일찌감치 개인들에 의해 주택지로 점유, 또는 사유화되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편 나주성의 북문터로 파악된 북문정 30번지는 이학동 선생님의 생가 주소임이 거의 확실하다. 왜냐하면 이 주소를 제외하면 인근의 다른 주소들은 모두 논이나 밭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북문정의 길 건너편의 박정리 1-7번지주택들이 이학동 선생님의 생가였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다만 이 주거지들은 국유택지가 아니었는데, 어쩌면 나주성의 서문과 비슷하게 일찌감치 철거된 성문터를 주민들이 점유 혹은 사유한 상태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지도 및 주소 자료가 필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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