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 춘천공연 레퍼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공연 프로그램도 없고, 공연을 보도한 신문들도 그날의 레퍼토리를 전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1931226일의 <매일신보>가 그날 발표작품의 내용과 몇 가지 예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무용은 <그들은 태양을 구한다>, <정토의 무희>, <방랑인의 비애>, <엘레지의 독무>, <애급풍경>, <하와이 세레나-> 3부로 나누어 15종을 연무하여 ... 완전히 관중의 온 정신을 <캣취>하여 이리저리 마음대로 줄줄 끌고 다니며 여지없이 매혹하여 버렸었다.”

 

이날 공연된 작품이 ‘3부로 나뉘어 15이라는 점은 이전의 발표회와 유사했다. 19301114일 경성공회당에서 열린 <경성여자고학생 자선공연>에서도 314작품이 발표되었고, 1931110일 단성사의 <최승희제3회무용발표회>의 발표곡도 3부의 14작품이었다.

 

1931년 1월11일의 <동아일보>에 실린 최승희의 현대무용 <그들의 행진>, 이 작품은 1931년 2월21일 춘천공연에서도 발표됐다.

 

신문 기사에 보도된 레퍼토리는 6개 작품뿐이지만 29일의 <동아일보>에 따르면 217-18일의 부산공연의 발표 작품 중에는 “<그들은 태양을 찾는다>, <그들의 로맨스>, <애급풍경>, <향토무용>, <인도인의 비애>, <방랑인의 설움> 이 포함되어 있음이 보도되었다. 지방 공연의 레퍼토리는 같았을 것이므로 춘천과 부산 공연의 레퍼토리를 합치면 9개 작품이 밝혀진 셈이다.

 

9개 작품은 모두 1931110-12일의 <최승희 제3회발표회>의 레퍼토리이다. <3회발표회> 발표 작품이 14작품이었는데 여기에 <엘레지의 독무>를 합치면 15작품이 된다.

 

최승희는 19301021일의 <조선일보>에 기고한 무용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자신의 초기 작품 <인도인의 비애(1929)>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930년 1월30일 <매일신보>에 실린 최승희의 창작무용 <인도인의 비애>. 이 작품도 춘천 공연의 레퍼토리였다.

 

다 같은 인류로서 느끼는 공통되는 불평이나 감흥을 표현하는 무용, 그것은 세계의 공유물일 것입니다. 가령 내가 안무한 제1회 작품 <인도인의 비애>같은 것은 그 비애가 인도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비애를 가진 민족이면 다 같은 그러한 느낌을 가질 것이 아닙니까?”

 

최승희는 또 <인도인의 비애>와 비슷한 종류의 작품으로 <그들은 태양을 찾는다>을 들면서 그와 유사한 정조의 작품들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다.

 

2회 신작 중에서 <그들은 태양을 찾는다> 같은 것은 학대를 받으면서 캄캄한 속에서 광명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니, 그것은 그러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것이며, 그 외에도 <인도인의 연가>, <달밤에>, <방랑인의 설움>, <이 병정 못났다>가 다 그러한 종류이며...”

 

그밖에 작품의 수는 적더라도 조선 사람의 독특한 미를 표현한 작품과 외국의 이국적인 미를 소개하는 작품들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서술한 바 있다.

 

1930년 10월22일의 <조선일보>에 보도된 최승희의 군무작품 <그들은 태양을 찾는다>. 춘천공연에서 발표된 1부 첫번째 작품이었다.

 

그중에도 <정토의 무희>같은 것은 과거의 우리 조선 사람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미와 장한의 태평시대를 노래하던 그때 그 시절의 예술을 약간 현대화하여 안무한 것이며... <남양의 정경, 하와이 소야곡> 같은 것과 ... <이집트 풍경> 같은 것은 그 나라의 정서와 미를 표현하느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엘레지의 독무>는 춘천 공연 이전에 발표되었다는 기록이 없었다. 기존의 연대표들에서는 <엘레지의 독무>의 창작연대를 1932년으로 기록했지만, 1931226일의 <매일신보>에 따르면 <엘레지의 독무>는 춘천 공연이 초연이었던 것이다.

 

최승희가 1933520일 도쿄 일본 청년관에서 열린 <근대여류무용가대회>에 참가했을 때, 그는 <에헤야 노아라(1933)>와 함께 <엘레지(1931)>를 골라 발표했었다. <에헤야 노아라>는 최승희가 조선무용을 시작한 최초의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따라서 <에헤야노아라>와 함께 가려 뽑은 <엘레지>는 최승희 스스로 그 완성도에 자신감을 가졌던 현대무용의 대표작품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초연은 춘천공연이었다. (jc, 2021/8/27초고; 2024/2/18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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