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콘도 도미오 선생을 존경하게 된 데에는 그분이 해 오신 일과 남기신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분이 보이신 각별한 인간애와 과묵한 실천 때문이다. 특히 정홍영 선생님과 콘도 선생의 특별한 우정은 감탄의 지경을 넘어 부러울 정도이다.
히다 유이치 선생의 추도사에 따르면 콘도 선생은 평생 두 분을 스승으로 모셨다고 한다. 고베대학의 스승이셨던 야스다 시게루(保田茂) 선생과 재일동포 정홍영 선생이다. 야스다 시게루 선생은 일본 유기농법의 전문가라는 점 외에는 내가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정홍영 선생과의 우정과 협력은 콘도 도미오 선생이 <무쿠게통신(300호, 2020년 5월31일자)>에 기고하신 “정홍영 선생과의 일(鄭鴻永さんとのこと)”이라는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콘도 도미오(1950-2022) 선생이 정홍영(1929-2000)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1983년 가을, 다카라즈카 시립 아쿠라(安倉) 중학교의 직원연수회에 정홍영 선생이 강사로 초청되었을 때였다. 당시 54세의 정홍영 선생은 다카라즈카 조선인연합회 지부장을 사직한 후 1976년부터 지역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고, 33세의 콘도 선생은 아쿠라 중학교의 일본어 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이날의 강연 주제는 그해 여름 무코강의 범람으로 조선인 거주 부락이 겪은 침수해의 참상을 전하고, 이 재해는 단순한 자연 재해가 아니라 재일조선인들의 주거 조건에 대한 시당국의 무관심과 정책 부재로 발생한 인재요 관재이며, 이에 대해 인도적인 시민운동을 통해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온화한 말씨와 설득력 있는 주장에 매료된 콘도 도미오 선생은 강연이 끝난 후에 정홍영 선생을 찾아 개인적으로 인사를 드리면서 연락처를 교환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기꺼이 정홍영 선생의 연구와 답사 활동의 파트너가 되었다.
두 사람은 1985년의 조사에서 고베 수도공사 중에 사망한 김병순, 남익삼, 장장수씨의 매장인허증을 찾아냈고, 1993년에는 후쿠치야마선 철도공사 중 다이너마이트 폭발사고로 사망한 윤길문, 오이근씨의 1929년의 신문기사를 입수해 사망원인과 배경을 조사했다. 이 조사 내용은 1997년에 출판된 정홍영 선생의 저서 <가극의 도시의 또 다른 역사: 다카라즈카와 조선인>에 수록됐고, 훗날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를 건립하는 실증적 근거가 되었다.
그밖에도 두 사람은 1990년부터 1999년까지 10차례에 걸쳐 열렸던 <조선인과 중국인의 강제연행과 강제노동을 생각하는 전국교류집회>를 제안하고 그 조직과 진행을 담당했는가 하면, 이차대전 중에 만들어진 마츠시로(松代), 코요엔甲陽園), 아이노(相野), 야마나카(山中), 쿠쿠리(久々利)의 지하벙커를 답사하여 강제동원 노동자들에 대한 기록도 남겼다.
그 많은 조사연구와 답사를 함께 하면서 정홍영 선생은 콘도 선생을 동등한 동료로 여겼던 것 같았고, 콘도 선생은 정홍영 선생을 스승으로 모셨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콘도 선생님과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정홍영 선생님에 대한 화제가 나올 때마다 콘도 선생의 어투에 경의와 존경심이 배어있는 것을 읽을 수 있었기에 내가 가졌던 느낌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정홍영 선생도 농과대학 출신이라는 점이다. 경상북도 상주군에서 출생, 5세 때에 가족과 함께 효고현 다카라즈카로 이주해 오신 정홍영 선생은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셨다. 리츠메이칸은 간사이(関西), 간세이가쿠인(関西学院), 도시샤(同志社)와 함께 간사이 4대 명문 사립대학을 가리키는 칸간도리츠(関関同立)의 하나이다.
국립 명문 신다이(神大)에서 ‘축산학’을 전공하신 콘도 도미오 선생과 사립 명문 리츠메이칸(立命館)에서 ‘농학’을 전공하신 정홍영 선생이 세대를 가로지르는 우정을 나누면서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조사하고 연구해 기록으로 남기신 일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였다.
특히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초기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일본인과 재일동포들이 함께 정성을 기울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홍영 선생과 콘도 도미오 선생이 평생 나누신 우정과 협업의 결실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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