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이 펴낸 자료집 <일본지역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2019)>에 따르면 일본에는 약 170기의 조선인 추도비가 건립되어 있습니다. 일본 전역을 누비면서 조선인 추도비를 찾아 기록해 온 안해룡 선생은 이 자료집에 포함되지 않은 추도비가 30기 이상 더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조선인 추도비가 약 200기쯤 세워져 있는 셈입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는 이 200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3년 전인 2020년 3월26일에 건립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세워진 이 추도비는 여러모로 특징적입니다.
우선,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는 그 연원이 1백년 이상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추도비에 기록된 다섯 분의 조선인 희생자들이 1914년과 1929년 사이에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다카라즈카의 니시타니 촌사무소가 발행한 매장인허증에 따르면 최초의 희생자 김병순씨는 1914년 8월3일에 매장됐고, 남익삼씨는 1915년 1월21일, 장장수씨는 1915년 3월24일 매장됐습니다. 모두 고베수도 개수공사 중에 사고로 사망하신 분들입니다.
한편 옛 후쿠치야마선 철도 개수공사에 참가했던 윤길문씨와 오이근씨는 1929년 3월26일 다이너마이트 폭발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따라서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의 희생자는 길게는 109년, 짧게는 94년 전의 사고로 돌아가신 것이지요.
둘째, 사망 후 잊혀졌던 이 희생자들은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발굴되고, 기록되고, 제사되고, 마침내 추도비가 세워졌습니다. 철도공사 희생자 두 분은 1993년 정홍영, 콘도 도미오 조사팀에 의해 발굴되었습니다. 사망 후 64년 만이었습니다. 효고현의 조선관계 연구의 권위자인 호리우치 미노루, 히다 유이치 선생님도 자료와 도움을 제공했습니다.
반면 수도공사 중에 돌아가신 세 분은 완전히 잊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타마세 부인회가 불교사찰 만푸쿠지의 주지스님의 집전으로 매년 위령 제사를 드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8년 동안 계속된 이 위령제사는 타마세의 바깥 세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020년 2월 추도비 건립 중이던 콘도 도미오 선생께 그 사실이 알려졌고, 수도공사 희생자 세 분을 철도공사 희생자 두 분과 함께 기리는 추도비를 세우게 된 것입니다.
셋째, 이 추도비는 일본인과 재일동포의 협력으로 세워졌습니다. 이 추도비의 뒷면에는 이 추도비를 세운 단체가 명시되어 있는데, <추도비 건립회>, <다카라즈카시 외국인시민문화교류협회>, <목련회>가 그것입니다.
<외국인시민문화교류협회>는 다민족 공생을 위한 다카라즈카의 시민단체이고, <목련회>는 오사카의 시민단체입니다. 이들은 재일조선인 연구와 조선학교 후원에 적극적입니다. <추도비건립회>는 두 단체에 속하지 않지만 추도비 건립에 참여한 분들을 포함한 연합단체였습니다.
이 세 단체에는 일본인 회원이 더 많습니다. 모금에 참여한 후원자 명단에는 6:4 정도의 비율로 일본인 이름이 더 많습니다. 추도비 건립에 일본인들이 적극적이었다는 뜻입니다.
넷째, 재일동포 중에는 민단과 총련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후원자 명단에는 다카라즈카의 총련지부와 민단지부가 나란히 등재되어 있습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를 건립하기 위해 다카라즈카의 동포들이 이데올로기와 정치성향을 초월해 협력했던 것이지요.
이런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 추도비가 구상되기 시작해서 건립되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조사해서 기록으로 남기려고 애썼습니다. 이 추도비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 추도비를 방문했습니다. <다카라즈카 외국인시민문화교류협회>와 <목련회>는 물론, <팀아이>와 <무용신> 회원들도 여러차례 방문했습니다. 이 추도비의 건립을 알게 된 많은 재일동포 분들과 조선학교 학생들도 희생자들을 참배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5월14일 강릉 대표단도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를 참배하게 된 것이지요. (jc, 202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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