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3. 프랑스어로 ‘매혹적인 멜로디(Melodie enchanteresse)’로 번역된 세 번째 작품의 원제목은 <옥적곡>이다. ‘옥적곡’이란 ‘옥피리 노래’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때로 <옥적곡(玉笛曲)>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한자 적(笛)의 뜻이 ‘저’이기 때문이다. ‘저’란 한국 고유어로 ‘가로로 부는 피리’를 가리킨다.
프로그램에는 “저 멀리 하늘에서 선녀들이 부는 감미로운 피리 소리에 꿈꾸듯 춤추는 작품”이라고 설명되어 서정적인 작품인 것 같지만, 사실은 ‘만파식적’의 전설을 작품화한 것이다. 만파식적 신화는 통일신라의 신문왕(682년)이 동해에서 감은사로 떠내려온 섬의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부니 나라가 평안해졌다는 전설에서 시작되었다.
신문왕 이후 만파식적은 분실과 회수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재질도 대피리에서 옥피리로 바뀌었고, 왜구와 역병과 홍수와 가뭄 등의 국난을 해결하는 신라의 국보로 지정되었다. 신라가 멸망한 이후에는 고려 광종의 명령으로 경주의 동경관에 보관되었는데, 지금도 경주박물관에는 만파식적으로 소개된 2개의 옥피리가 소장되어 있다.
최승희의 <옥적곡>은 1937년 순정효황후 윤씨를 위로하기 위해 이왕직 본청이 주최한 특별 무용공연에서 초연되었다. 창덕궁 인정전 서행각에서 열렸던 이 특별 공연에서 최승희는 공연 1부의 두 번째 작품으로 <옥적곡>을 직접 발표했는데, 몰락한 왕조가 회복되고 일제 침략에 의한 국난이 타개되기를 기원하는 뜻이 포함된 작품이라고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