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번지는 느낌입니다. 최승희 선생의 삶과 춤을 연구하다가 우리학교(=재일조선학교)의 무용을 알게 됐고, 학생들의 무용 작품들을 접하고 보니까 너무 이쁘고 고마워서 무용신 캠페인을 시작했었습니다. 무용부 학생들에게 무용신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지요.
캠페인의 규모가 커지니까 버거워서 여러 분들에게 동참을 부탁드렸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무용신> 후원모임이 조선학교의 공연을 보러 가기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조선학교를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10월초 교토에서였습니다. 최승희 선생의 1935년 교토 공연을 조사하느라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지다가, 쉬는 시간에 인근 긴가쿠지(銀閣寺)에 갔습니다. 원래는 경내가 조용한 곳이지만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번잡했기 때문에, 관람을 포기하고 나오다가 옆길 입구에 세워진 조선학교 안내판을 보게 된 겁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니 교토조선중고급학교가 있었습니다. 숲속에 자리 잡은 학교의 정문을 들어섰더니 학생들이 체육대회 연습을 하고 있더군요. 차일 밑에서 진행을 담당하시던 교사 분의 도움으로 조명호 교장 선생님과 무용부 지도교사 윤경숙 교원을 만났습니다. 두 분은 조선무용을 직접 보려면 11월초 오사카에서 열리는 중앙예술경연대회에 오라고 권하셨습니다.
그래서 한 달 후에 다시 오사카에 갔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85년 전 최승희 선생이 시작했던 조선무용이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통해서만 상상했던 최승희 선생의 춤 동작들이 학생들의 춤을 보면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최승희 선생의 해방 이전 작품을 담은 영상이 전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공연은 내 연구를 돕기 위해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연대회장에서 사진가 정세화 선생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조선무용 연구와 우리학교 후원을 위해 협력하면서 성과를 내어왔습니다. 무용신과 추도비, 연해주 캠페인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일본 방문단을 꾸리기에 이른 것이지요.
일본 방문단은 내년 1월28일(토요일) 다카라즈카시의 조선인 참배묘와 신수이광장의 조선인 추도비를 방문해 참배하고,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개최합니다. 다음날인 1월29일(일요일)에는 히가시오사카시 문화창조관(東大阪市文化創造館)에서 열리는 오사카조선중고급학교의 개교 70주년 기념공연을 관람하게 됩니다.
오사카조선중고급학교는 2018년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와 히가시오사카조선중급학교와 통합하여 일본 전체를 통해 가장 규모가 큰 조선학교가 되었는데, 통합 이전의 오사카조고의 개교일을 오사카조선중고급학교의 개교일로 삼고 있습니다.
오사카조고는 1952년 4월10일 오사카시 이쿠노(生野)구 타지마(田島)에서 개교, 1957년 8월10일 카와치(河内)시(=현재의 히가시오사카(東大阪)시) 타마쿠시모토마치(玉串元町)로 옮겼다가, 1973년 현재의 위치인 히가시오사카시 히시에(菱江)에 교사를 신축해 이전했습니다.
일본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조선학교를 ‘고급학교’라고 부르는 것은 조선학교가 일본의 정규교육기관으로 인정되지 않는 ‘각종학교’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조선학교는 일본 정부가 규정한 교과목의 일부를 따르지 않습니다. 예컨대 조선학교의 ‘국어’와 ‘국사’는 조선어와 조선사이며, 일본어는 제1외국어, 일본사는 세계사의 일부로 가르칩니다.
오사카조고는 다른 조선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활발한 소조(=동아리) 활동을 권장합니다. 공연예술부로는 무용부와 성악부, 민족기악부와 취주악부가 대표적이며, 미술부의 활동도 활발합니다. 오사카조고의 체육부로는 투구부(=럭비부)와 축구부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그밖에도 권투부와 농구부, 탁구부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단이 관람하게 될 <오사카조고 창립70주년 기념공연>은 “희망의 나래, 우리의 노래”라는 주제아래, 공연예술부 학생들이 총출연해서 오사카조선중고급학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소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연장인 히가시오사카시 문화창조관은 오사카조고에서 서남쪽으로 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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