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수도공사의 희생자 김병순씨의 고향이 강원도 강릉으로 추정되었고, 남익삼씨의 고향은 경남 통영, 그리고 후쿠치야마선 철도공사의 희생자 윤길문, 오이근씨의 고향은 경남 고성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제는 발로 뛰어야 하는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정홍영-콘도 도미오 선생님의 선례를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두 분은 실마리가 발견되자마자 현지를 답사하셨기 때문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다카라즈카-타마세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였지만, 서울-고성/통영은 4-5시간 거리이고, 강릉도 3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입니다.
또 정홍영 선생님은 콘도 도미오 선생님과 동행하실 수 있었지만 저는 혼자 다녀야 했습니다. 다행히 가는 곳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성 조사에서는 고성군청의 역사자료연구사 김상민 선생과 고성방송국의 사장 한창식 선생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강릉조사에서는 출발하기 전부터 민족문제연구소 출신 박한용 선생의 자문을 얻을 수 있었고, 강릉에 도착해서도 김성수기념사업회의 지역 활동가 홍진선, 유선기 선생과 강릉원주대학 국제통상학과의 강승호 선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지 활동가들의 도움을 얻기는 했으나 1백 년 전에 고향을 떠난 분들의 연고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관청에서 주민등록이나 호적을 조사하는 것이지만, 2011년 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타인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방법이 없게 되었습니다.
또 이분들이 언제 조선을 떠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공적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경우에도 어느 시기의 기록을 보아야 하는지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예컨대 고성에서는 언론인 한창식 선생의 도움으로 고성면 주민센터의 데이터베이스를 제한적으로나마 검색할 수 있었지만, 윤길문, 오이근씨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윤길문씨와 오이근씨가 일제강점기 이전 시기에 가족 전체가 일본으로 이주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오늘날의 행정전산망에 입력조차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윤길문씨는 사망당시(1929년) 21세였으므로 일제강점 이전에 태어났고, 그의 부친 윤재유씨가 동거했던 점으로 보아, 1910년 이전에 가족 전체가 일본으로 이주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적 기록 열람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적 기록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강구한 것이 족보기록 열람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성씨별, 가문별로 족보를 발간하고 보존하는 관행이 있고, 이를 관장하는 종친회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족보 열람의 방법은 강릉에서 주효했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홍진선, 유선기, 강승호 선생의 도움으로 김병순씨의 본관이 ‘경주 김씨 수은공파’였던 것을 밝혀낼 수 있었고, 경주 김씨 수은공파 강릉지회의 지회장 김자정(金子正) 선생과 지원 김철욱(金喆旭) 선생의 도움으로 최근 족보인 <경주김씨 수은공파 세보(2014년 간행된 갑오보)>를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족보 책도 2권으로 1천쪽이 넘었기 때문에, 1백년 전에 조선을 떠난 김병순씨의 기록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김자정 선생의 끈질긴 노력으로 김병순씨가 (1) 경주김씨 수은공파의 17세손이며, (2) 김동수씨의 3남 중 장남이었고, (3) 생몰연대가 기록되지 않은 대신 “일본에 거주(居日本)”라는 기록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족보에 따르면 김병순씨는 결혼하지 않았으나, 그에게는 적어도 4명의 조카가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종친회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친족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록만으로도 김병순씨의 고향이 강릉이라는 점은 충분히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고성과 통영에서는 족보 조사가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고성에서는 파평 윤씨의 족보를 조사했지만 윤길문씨의 기록을 찾아내지 못했고, 오이근씨는 본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남익삼씨는 ‘고성 남씨’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의 본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콘도 도미오 선생님처럼 저도 포기하지 않았고, 족보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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