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통영의 족보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202111월부터 콘도 도미오 선생님의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의 희생자 다섯 분 중에서 연고가 확인된 것은 아직 김병순씨 한 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콘도 도미오 선생님을 비롯해 추도비를 건립하신 분들, 그리고 1백년 이상 무연고 위령 제사를 드려온 분들에게 무언가 가시적인 보답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20211119일 강릉시에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김병순씨의 고향 강릉시가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건립자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원문에는 이 추도비가 건립되기까지 다카라즈카에서 1백 년 동안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고, 감사패 증정 대상으로 8분을 지명하면서 이분들이 감사패를 받아 마땅한 이유를 명시했습니다.

 

제가 지목한 감사패 대상자는 일본인 여섯 분과 재일동포 두 분이었습니다. 이분들의 경력과 추도비 건립 기여사항은 청원문에 포함되어 있으나 21(증빙자료 포함)에 달하기 때문에 여기에 옮기지 않고 청원문 전체를 이 글 끝에 별도로 첨부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그 여덟 분의 이름만 나열하기로 하겠습니다.

 

정홍영(1929-2000, 향토역사가), 콘도 도미오(1950-2020, 교사, 시민활동가), 김례곤(사업가), 호리우치 미노루(재일조선인사 연구가), 히다 유이치(고베학생청년센터 대표), 타마노 세이조(조각가), 아다치 타이쿄와 아다치 치쿄(만푸쿠지 주지).

 

 

이 청원문은 강릉 조사에 적극 협조해 준 홍진선, 유선기 선생의 손으로 강릉 시의회에 전달되었고, 시의회는 이를 강릉시장에게 송부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이 청원은 받아들여졌고, 청원내용의 확인 작업이 착수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코로나 상황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에 강릉시의 공무원에 다카라즈카에 출장하여 청원 내용의 사실여부를 직접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강릉시청에서 이 청원을 담당한 실무자는 박종시 과장, 이준하 계장, 박인순 계장 등 세 분이었습니다. 특히 박종시 과장은 이 청원의 조사가 난항에 처하자 이를 도쿄 소재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강원도본부에 송부해, 강원도 본부가 강릉시청을 대신해 실사를 진행해 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강원도 본부의 강병직 본부장님과 문미혜 부장님이 도쿄에서 다카라즈카로 출장을 단행하셨고,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청원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한 후, 이를 강원도와 강릉시청에 보고하셨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라 강릉시청은 신속하게 감사패 증정을 결정하고, 감사패의 전달도 강병직 강원도본부장에게 부탁했습니다. 강병직 본부장님과 문미혜 부장님은 이후 두 차례나 다카라즈카를 방문하여 감사패 전달에 차질이 없게 만전을 기하셨습니다.

 

 

마침내 감사패 전달식이 2022415일 다카라즈카 호텔 연회장에서 열렸습니다. 강병직 본부장님이 강릉시장을 대신해 여덟 분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전달식이 전달되는 시간에 사무실에 앉아 그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제 마음 한편은 이 기쁜 행사를 멀리서나마 자축하는 마음이었지만 다른 한편은 슬픔에 밀리기도 했습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님께서 이 전달식에 참석하시지 못하셨기 때문입니다. 콘도 선생님은 강릉시의 감사패 전달 결정의 소식을 전해 듣기는 하셨지만, 전달식까지 기다리시지 못하고 210일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강릉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콘도 도미오 선생님의 감사패를 먼저 제작해 발송하기로 하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감사패를 손에 만져보시지는 못하셨고, 다만 완성된 감사패의 사진만 전달받으신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님의 35년 노력에 비하면 너무도 약소한 답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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