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자리에서는 <무용신>과 <최재형 고려인 민족학교>가 교류하고 협력할 방법도 의논되었습니다. 주로 민족학교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가 논의됐지요.
<최재형 고려인 민족학교>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1930년대까지 연해주 곳곳에는 약 340개의 고려인 학교가 세워져서 다음 세대의 민족교육에 만전을 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고려인 민족학교>가 유일한 정부 공인 학교입니다.
민족학교는 고려민족의 후원으로 설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는데, 1930년대와는 달리 오늘날의 고려인 사회는 인구도 적고 재정도 부족합니다. 과거에는 연해주 인구의 4분의1이 고려인이었을 만큼 동포들이 많았고, 농업과 상업으로 큰 재산을 모은 고려인도 적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들은 민족교육을 위해 땅과 돈과 인력을 아낌없이 기부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연해주의 사정이 다릅니다. 고려인 인구가 약 5만명으로 연해주 전체인구(약 2백만명, 2010년 센서스)의 3%에 미치지 못합니다. 또 그중 많은 수가 중앙아시아에서 최근에 이주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고려인 사회에 민족자본이 형성되지 못한 단계입니다.
따라서 민족교육과 문화예술의 기반이 마련되려면 한국동포의 지원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다행히 2010년대 말까지는 한국인 여행객이 연간 1백만명에 이르렀고, 한국 지자체와 현지 공관들도 고려인 사회를 후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와 2022년부터 본격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국-러시아의 교류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인천-블라디보스톡의 항공편과 동해/속초-블라디보스톡의 여객선의 운항이 중단되어, 한국 동포들의 연해주 여행은 얼어붙었습니다.
한국의 지원과 교류가 끊기면서 고려인 사회 전반이 침체되었는데, 특히 러시아 유일의 고려인 민족학교인 <최재형 고려인 민족학교>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급기야 2023년 말에는 학교 건물의 임대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폐교 위기에 봉착했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무용신>은 이고은 선생의 주도로 민족학교 긴급 구제를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 약 1천3백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할 수 있었고, 이로써 <최재형 고려인 민족학교>는 폐교의 위기를 벗어나 한숨 돌리면서, 약 1년간의 유예기간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발레리아-김발렌친 선생 부부께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민족학교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무용신> 방문단이 우수리스크를 찾은 것도 그 발전계획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지요.
이 중장기 발전계획의 핵심은 민족학교 부설 <고려극장(가칭)>의 설립으로 모아집니다. 지금의 민족학교 교사는 임대건물이어서 유지가 어렵고, 민족학교 부설 <아리랑 가무단>과 <화랑 모듬북 팀>의 연습과 공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고려극장>을 설립하고, 극장의 일부를 학교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신 것이지요.
또 극장을 가지게 되면 민족학교의 모든 행사를 비용없이 치를 수 있고, <아리랑>과 <화랑>의 공연 때마다 비용을 들여 극장을 빌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데다가, 나아가 이 극장을 다른 공연 단체에 대여할 수 있게 되면,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나는 이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이 계획의 적실성이나 실현가능성을 평가할 위치는 아닙니다. 그러나 김발레리아 선생은 예술경영학을 전공하셨고,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그 방면에서 일해 오셨기 때문에 그분의 안목과 기획을 존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무용신>과 그 자매단체들은 김발레리아 선생의 <고려극장> 프로젝트가 실현되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최재형 고려인 민족학교>가 안정을 찾고 발전의 기회로 삼아, 연해주의 한국어 교육과 민족예술 교육의 사명을 흔들림없이 계속 담당해 나갈 수 있게 돕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jc, 20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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