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8월의 방글라데시 몬순혁명의 성공으로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사임하고 인도로 망명했습니다. 셰이크 하시나는 어떤 이유로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의 표적이 되었던 것일까요?

 

 

셰이크 하시나는 제1(1996-2001)와 제2(2009-2024)를 합해 20년 동안 총리로 재임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장기 여성 정부수반으로 기록됩니다.

 

셰이크 하시나는 방글라데시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통령과 2대 총리를 역임한 세이크 무지부르 라흐만(Sheikh Mujibur Rahman, 1920-1975)의 딸입니다. 셰이크 라흐만은 인도의 식민통치 아래서 발생했던 1757년의 벵골 독립전쟁 플래시 전투(Battle of Plassey) 이래 2백년 만에 벵골의 독립을 성취한 정치지도자로, 방글라데시의 국부로 칭송되는 인물입니다.

 

 

셰이크 라흐만은 1975년의 쿠데타로 암살됐습니다. 셰이크 하시나는 인도로 망명해 군부정권에 의해 입국 금지 당했지만, 부친 셰이크 라흐만이 설립한 방글라데시 아와미 연맹(AL)의 당수로 궐석 선출되어 1981년 귀국, 34세의 나이로 야당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중도좌파 성격의 AL 당수로 하시나는 후샤인 에르샤드(Hussain Muhammad Ershad) 군부정권의 탄압을 받았으나, 또 다른 야당 방글라데시 민족주의정당(BNP)의 칼레다 지아(Khaleda Zia)와 함께 에르샤드 군부독재에 맞섰습니다.

 

 

1991년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총선에서 승리한 BNP의 칼레다 지아가 방글라데시의 첫 여성 총리에 취임했고, 1996년 총선에서는 AL가 승리해 셰이크 하시나가 총리에 취임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도 민주화가 정착되고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시나는 첫 임기동안 긍정적 업적을 남겼습니다. 인도와 관계를 개선했고, 인플레이션을 5%미만으로 묶었고, 국민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을 5.5%로 유지했습니다. 식량 생산이 증가했고 빈곤율이 낮아졌고, 주택마련 기회가 늘었고, 저소득층의 수입증가 기회도 생겼습니다.

 

외자유치에 성공해 기업 성장을 도왔고, 군부독재가 독점했던 IT산업을 민영화해 가격을 낮추고 사용자를 증가시켰습니다. 소액금융과 식량지원 등의 정책으로 소외계층의 기회를 넓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셰이크 하시나는 안정과 성장을 이끈 정치지도자로 인식되었지요.

 

 

성공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AL2001년 총선에서 BNP에 패배했고, 칼레다 지아에게 정권을 넘겨야 했습니다. 2006년 총선을 앞두고 쿠데타가 발생, 셰이크 하시나와 칼레다 지아는 군부정권에 의해 부패정치인으로 기소됐고, 하시나는 2008년 아들이 사는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200812월 총선에서 AL는 군부독재의 잔재인 자티야당(Jatiya Party)을 포함한 14개 정당을 연합해 총선에서 승리, 두 번째 총리임기를 시작했으나, 이때부터 그의 행보는 권위주의적 지배의 경향을 보였습니다.

 

 

2014, 2019, 2024년 총선에서 연속 압승했으나 국내외에서 부정선거로 비난받았고, 소액금융으로 빈민의 재활을 돕던 무하마드 유누스와 결별했습니다. 야당과 학생운동과 언론을 탄압했고, 2018년에는 인터넷을 통제하는 디지털 보안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경제성장이 멈추고 외채가 급증한 가운데 2022년에는 상환불능 외채가 210억달러에 달해 IMF체재에 들어갔고, 그 와중에 부정축재 스캔들에도 휘말렸습니다.

 

 

2024년 청년 실업률이 40%를 넘어선 가운데,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공무원직 30%를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정성에 반한다는 대대적인 반발을 초래했고, 군경과 당조직까지 동원해 반정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다가, 적어도 650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사태를 초래한 끝에, 셰이크 하시나는 총리직을 사임하고 인도로 망명하게 된 것이지요.

 

 

좋은 집안에, 최상급 교육을 받고, 군부독재에 맞서 투쟁하고, 빈민과 여성의 인권과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셰이크 하시나가 어째서 이렇게 추락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방글라데시의 학자들이 분석, 해설할 일이겠고, 저는 권위주의 정부를 무너뜨린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에 집중해야 할 것 같군요. (jc, 202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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