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군청으로 찾아갔다. 미리 전화를 걸어 방문의사를 밝히고 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었겠으나, 그냥 민원실로 방문하기로 했다. 군청의 협조를 얻으면 일이 쉬워질 것이었고, 협조를 받지 못하더라도 바로 개인적인 조사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고성터미널에서 군청까지는 걸어서도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1929년에 ‘고성면’이라고 불렸지만 1938년 10월 ‘고성읍’으로 승격된 이래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그다지 많은 발전이 이뤄지지 못해왔다는 뜻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고성은 변한12국의 하나인 고사포국(古史浦國) 혹은 고자국(古資國)의 영토였고, 서기 42년부터 461년까지 소가야(小伽倻)의 도읍지였다. 고자국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 변한조의 중국기록에는 고자미동국(古資彌凍國), 일본 사기에는 고차국(古嵯國) 혹은 구차국(久嵯國)으로 기록되어 있다.
소가야가 속했던 가야연맹이 신라에 합병(562년)된 이후에는 ‘고자군(古自郡)’으로 불리다가 경덕왕 16년(757년)에 ‘고성군’으로 개칭했는데, 이때의 이름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가야시대 이래 조선에 이르기까지 고성은 경상도 서남 해안지역의 중심지였다. 산악과 해안이 구비되어 있고 농업을 위한 평야와 교통을 위한 도로가 잘 정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성의 변방이던 창원과 사천, 통영과 진주가 대도시로 발전하면서 고성군만 도농복합지역으로 남아 있다. 고성군의 면적은 서울시 크기이지만 인구는 5만1천명에 머물러, 2백만명이 사는 주변 4도시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었다. 1925년 8만7천명이던 고성의 인구는 1960년대 13만 명에 달했으나 2020년 현재 약 5만1천명으로 집계되었다.
고성 시내를 가로 질러 들어가는데 뜻밖에도 ‘공룡’이라는 말이 자주 발견되었다. 시장이름도 공룡, 거리이름도 공룡이 있고, 곳곳에 공룡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과 가게가 많았다. 고성에서 공룡 화석이 출토되었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사실이었다. 고성 소개서 <나무가 알려주는 고성 이야기(2015: 257-8)>와 고성군 웹사이트(goseong.go.kr)의 설명에 따르면,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에서 약 1억2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 화석과 새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1982년 1월 이곳에서 최초로 용각류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이래, 덕명리 해안을 따라 약 1천9백여족, 고성군 전체에서는 약 5천4족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확인되었는데, 다고 한다.
공룡 발자국 화석 중에는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발자국도 발견되었는데, 발자국 하나의 길이가 102센티미터, 너비 64센티미터에 달해, 이 공룡의 크기는 발에서 등까지 약 8미터, 머리까지는 15미터에 달하고, 무게가 1백 톤이 넘는 거대한 공룡으로 추정되었다.
고성군은 1983년 11월 하이면 덕명리와 월흥리 일대를 군립공원으로 지정해 공룡발자국을 보존하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이곳의 공룡발자국 화석의 양과 종류, 규모 덕분에 고성은 미국 콜라라도주와 아르헨티나 해안지역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인정되었고, 특히 중생대 새발자국 화석지로는 세계 최대라고 한다.
고성군은 이곳에서 출토된 공룡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4년 하이면 상족암군립공원 내에 공룡박물관을 개관하여 약 96종의 공룡관련 전시물을 일반에 공개했고, 2006년 4월부터 매3-4년마다 공룡세계엑스포를 개최해 오고 있다. 2021년 9월에도 제5회 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나의 고성 취재는 삼국시대나 중생대 백악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 대략 1백여년 전에 이곳을 출발해 일본으로 건너갔던 조선 청년 두 사람의 행방을 찾으면 된다. 그다지 도시화되어 있지 않은 고성에서 윤길문, 오이근씨의 흔적을 찾는 것이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인구가 적고 이동이 빈번하지 않은 지역이었다면 1백년 전 이주자 가족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 남아 계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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