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20일 오후, 고성에 도착했다. 한창식, 강욱천 선생과의 약속은 오후3시였는데, 나도 늦었고 강욱천 선생도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한창식 선배님도 아직 일과를 다 마치지 못했다고 하셨다.
나는 최승희 선생의 전남 나주 공연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남도 취재 중이었는데, 이날 약속을 지키기 위해 광주-통영을 거쳐 고성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3시반이었다. 그러나 강욱천 선생은 사정상 6시경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알려왔고 한창식 선배님도 5시까지는 시간을 내기 어려우셨기 때문에, 나는 약 2시간의 여유시간을 가지게 됐다.
고성버스터미널에 먼저 도착한 나는 남은 시간 동안에 고성시립도서관에서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고성에 올 때마다 도서관을 지나쳐 바로 읍내 중심가로 진입하곤 했었다. 한창식 선배님이 항상 앞장서서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도서관 조사에 그다지 열을 올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날 고성도서관의 향토자료들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이 도서관은 상당한 양과 다양한 종류의 향토자료를 소장하고 있었다. 우선 <고성군지(2015)>가 있었다. 1천쪽 내외의 책 3권으로 구성된 이 군지는 선사시대 이래 고성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특히 고성의 연혁과 역사를 서술한 1권과 고성의 문화와 예술 및 각 마을의 유래를 서술한 3권은 매우 필요한 책이었다.
<고성군지>에 더하여 <고성사료집>이 따로 있었다. 이 역시 3권으로 되어 있는데, 고성에 관한 역사적 문헌들을 집성한 책이다. <고성사료집 1권(2008)>은 각종 사서와 지리지에 실린 고성에 관한 기록을 모두 모아놓았다. 섭렵한 사서에는 <삼국지>, <후한서>, <일본서기>,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고려사절요>, <비변사등록> 등이 망라되었고, 지리지에도 <삼국사기지리지>, <경상도지리지>, <고려사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경상도속찬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동국여지지>, <여지도서>, <경상도읍지>, <대동지지>, 영남읍지>, <교남지> 등이 동원되었다.
<고성사료집 2권(2010)>은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고성에 관한 모든 기록을 발췌, 편집한 책인데 그 면수가 1천 쪽이 넘었다. <고성사료집 3권(2012)>은 1930년대에 독자적으로 편찬된 읍지 <철성지(1930)>와 <고성지(1934)>를 번역해서 실었는데, 이 두 읍지도 1천 쪽이 넘을 만큼 방대했다. 비슷한 시기에 읍지가 2개나 편찬된 것도 이례적인데, 이 읍지들은 일제 당국이 아니라 민간이 편찬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고성군지>와 <고성사료집> 시리즈만 해도 상당한 양의 자료인데, 그밖에도 고성문화원이 발간한 자료들이 더 있었다. <고성향토지명사>와 <고성명사록>, <고성문화유적지>와 <고성선사석어록> 등이 그것이다.
또 고성군이 편찬한 <고성: 사진으로 보는 내 고장 고성의 그때 그 모습>이라는 화보집도 있었는데, 이 책에는 역사적으로 고성을 담은 사진들을 망라해 수록하고, 그 장소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과 짝을 이루도록 배치한 훌륭한 자료집이었다.
그밖에도 고성의 여러 지역에 산재한 선사시대의 유적들에 대한 자료집도 있었고, 가야, 신라, 고려,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각종 유물과 유적 중에서 각급 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을 따로 모아 사진과 함께 설명을 곁들인 친절한 자료집들도 발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필자는 한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다니며 취재해 왔지만, 자기 고장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고성처럼 방대한 자료집들을 구비해 놓은 곳은 없었던 듯싶다.
고성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깊은 자료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은 연구자에게 좋은 일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의 희생자 윤길문, 오이근씨의 연고를 찾는 데에는 어떤 자료가 어떻게 도움이 될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어 이 자료들을 천착해 나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2022/8/24,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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