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익삼씨의 매장인허증에 나타난 조선 주소지 ‘춘원(春元)’이 오늘날의 ‘통영’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후 필자는 이를 고성시립도서관에서 발견한 고지도에서 확인하기로 했다.
이 도서관이 소장한 <고성군지(1-3권)>와 <고성사료집(1-3권)>에는 다양한 고지도가 수록되어 있었다. 그중 적어도 5개 고지도에 ‘춘원’이 명시되어 있었다.
고성 향토자료들에 실린 가장 이른 시기의 고지도는 <해동지도(海東地圖, 1750년경)>였다. 8책 128장 2축2장으로 구성된 <해동지도(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에는 조선전도와 조선8도의 도별 지도, 그리고 전국 330여 군현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모든 지도가 채색필사로 제작된 <해동지도>의 제5책에 경상도 지도가 포함되어 있는데, <고성현도(固城縣圖)>도 여기에 속해 있다.
이 <고성현도>의 중앙에는 바다와 산맥과 강줄기 사이사이에 고성을 비롯한 지명들이 적혀 있었고, 그 여백에는 고성현의 지리와 인구, 병력과 수세 상황들이 부기되어 있었다. 특히 오른쪽 하단에는 12개 부속‘면’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춘원면’은 맨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춘원면의 크기는 가로 30리, 세로 70리로 고성현의 12개 면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었다. 지도 본문에 따르면 삼도수군통제영의 동쪽, 바다에 면한 구릉지역에 “춘원면(春元面)”이라고 가로로 표기한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로부터 약 1백년 후에 제작된 <경상도지도(慶尙道地圖, 1872,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에도 ‘춘원면’이 표기되어 있었다. 1871년 신미양요를 겪은 뒤 전국적으로 벌어진 지지와 지도 편찬 작업의 일환으로 경상감영이 편찬한 <경상도지도>는 9책(첩)으로 구성된 군,현지도와 목장, 산성, 군진의 지도를 포함하여 모두 104매의 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경상도지도>는 조선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편찬한 전국 군·현지도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으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군·현지도 중에서 내용이 가장 상세하고 정밀한 지도로 평가된다. 특히, 군·현지도 외에 각 군·현에 소속된 산성, 목장, 진보 등 군사 지역의 지도를 포함한 것으로 보아 지도 작성의 목적이 국방과 관련된 것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개항 후 변모되기 직전의 각 군·현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조선 시대 경상도 각 지역의 초상화라 할 수 있는 지도이다.
‘춘원면’을 서술한 <고성부지도>는 <경상도지도>의 제9첩(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고성반도(=통영반도) 남부와 미륵도를 포함한 지역에 ‘춘원면’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춘원면의 북쪽에는 선산면과 광삼면, 그 위쪽에는 광일면과 광이면이 보인다.
그밖에도 고성시립도서관에 소장된 각종 향토자료에 수록된 지도 중에서 ‘춘원면’을 표기한 것으로는 <여지도(輿地圖, 1789-1795년)>와 <동여도(東輿圖(19세기, 철종연간, 재위 1849-1864)>, 그리고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1861)> 등이 있다.
이상의 5개 고지도들은 모두 18세기와 19세기 중반의 지도들로 남익삼씨(1878년경 출생)가 출생하기 이전의 지도들이다. 그가 출생한 후에 제작된 이 지역의 지도를 찾아보니 1884년에 간행된 <지도(地圖, 고려대학교 도서관 한적실 소장)>가 있었다.
<지도(1884)>는 회화식 군현지도첩으로 총 4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첩(권)에 도별전도, 3첩(권)에 각도 소속 군현의 개별도가 포함되어 있다. 지도의 여백에 각 도와 군현의 인구, 재정곡, 경지면적, 사방경계, 성곽, 창, 면의 이름과 위치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 <지도(2권)>에 수록된 고성부 지도에 따르면 고성반도(=통영반도)의 좁은 길목에 설치되었던 원문(轅門) 이남 지역에 ‘춘원면’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통영반도 남쪽, 봉화가 그려져 있는 섬 미륵도에도 ‘춘원면’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남익삼씨 출생 직후인 1884년 경, 통제영 인근 지역과 미륵도를 포함하여 원문의 이남 지역 전부가 ‘춘원면’이었던 것이다. (2022/8/30,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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