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익삼씨가 참가한 제1차 개수공사(1914-1921)에서는 무코카와(武庫川)의 상류 센가리(千刈)에 댐을 막아 새 저수지를 만들고, 정수장, 발전소, 도수로 건설 공사가 동시에 진행했다. 그중 가장 위험한 공사가 도수관을 통과시키기 위한 터널 굴착 공사였다.

 

센가리에서 나마제(生瀬)까지 12개의 터널이 만들어졌는데, 터널은 높이 1.8m, 너비 1.8m의 말굽모양이었고, 터널공사와 함께 도수관이 수압에 의해 파손되거나 누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라이닝과 방수공사가 동시에 이뤄졌다.

 

 

이 터널 공사의 설계도면과 공정에 대해서는 많은 문헌 자료가 남아 있지만 공사에 참여한 인부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었다. <고베시 수도 70년사>에 터널공사 진행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굴착은 폭과 높이 모두 1.8m의 도갱을 파서 넓혀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였다. 부드러운 곳은 손으로 파고 단단한 곳은 폭약을 사용했다. 갱내에서 파낸 흙을 운반하기 위해 광차 2대를 1조로 하여 광차 1대에 인부 2, 그 밖에 흙을 부리는 것을 돕는 인부 2, 토사장 정리에 1, 굴착공 3명을 배치하여 주야 3교대로 작업했다. 갱내에서는 당시의 사정에 따라 칸델라나 카바이트 램프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우즈카(宇塚) 부근에서는 전력을 사용할 수 있어 전등 조명으로 굴착작업을 했다.”

 

이 기록으로 미루어 터널 굴착 작업은 칸델라나 카바이트의 어두침침한 불빛 아래서 이뤄졌고, 암벽 폭파를 위해 다이나마이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위험이 상존했다. 정홍영의 인터뷰에 응한 하즈(波豆) 거주 측량기사 후쿠모토 지츠지(福本實二, 당시 75)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재직 중에 선배 직원들로부터 자주 다이쇼시대 제1차 확장공사 때의 얘기를 들었는데, 인부들은 모두 먼 곳에서 돈 벌러 온 사람들이거나 조선 사람들뿐이었고, 그 당시에는 조선인이 일본인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사고로 사망자가 여러 명 났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러나 사망자나 부상자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남익삼씨를 포함한 3명의 조선인이 어느 공사에서 희생되었는지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특히 남익삼씨의 매장인허증에는 일본 현지 주소가 기재되지 않아 그가 어느 지역에서 거주했는지조차 추정하기 어려웠다.

 

정홍영은 방향을 바꾸어 니시타니(西谷) 촌사무소가 발행한 매장인허증을 전수 조사했다. 그는 니시타니 8개 지역의 하나인 타마세(玉瀬)의 사망자수에 주목했다. 이 지역 사망자 수는 연평균 1-5명이었는데, 고베수도 제1차 확장공사가 있었던 1914-1916년의 사망자 수는 연간 6-15명으로 이례적으로 많았다.

 

3년간 사망자들의 본적지를 조사하니 현지인 사망자는 연간 2-5명으로 예년과 비슷했으나, 외지인 사망자 수는 3년간 총 20명이었다. 사망자 추이도 191410명으로 가장 많았고, 19158, 19162명으로 감소추세였다. 20명의 외지인 사망자 중 14명이 18세에서 45세까지의 한창 일할 나이의 남성이었고, 그 중에 조선인 3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홍영은 또 타케다오(武田尾)의 오래된 음식점 겸 여관 코요칸(紅葉館)의 안주인 마츠모토 아야미(松本文美, 78)씨로부터 노동자 합숙소와 공사 사고에 대한 증언을 얻을 수 있었다.

 

어려서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조선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아요. ... 터널에서 발파 사고로 부상자가 꽤 많았습니다. 온 몸에 돌이 박혀서 오늘은 세 명, 내일은 다섯 명이라는 식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의사에게 실려 가는 것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어요.”

 

2년에 걸친 조사 끝에 정홍영은 조선인 노동자가 거주했던 합숙소(飯場=함바)의 주소가 '이즈리하 1-45번지'이며 이 합숙소는 제4호 터널과 제5호 터널에서 가까웠음을 밝혀냈다. 따라서 이즈리아 합숙소에 거주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은 제4호 터널공사(1914/8/18-1916/7/13)와 제5호 터널공사(1914/2/18-1916/1/11)에 투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될 수 있었고, 남익삼씨도 이 공사에 참가했다가 1915220일 사고를 당했던 것으로 추론되었다. (2022/9/4,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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