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라즈카 대극장 공연이 비교적 급작스럽게 결정되었더라도, 이 공연에 임하는 최승희 선생의 준비는 빈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도쿄나 다른 지역의 공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신경을 썼던 것이 엿보입니다. 공연의 레퍼토리를 비교해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1020일 토쿄 히비야 공회당에서 가졌던 공연의 발표연목은 모두 15개 작품이었는데, 다카라즈카의 발표연목은 16개로 한 작품이 더 많았습니다.

 

1025일 오사카 공연의 발표작품은 16개로 다카라즈카 공연의 레퍼토리 수와 같았는데,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오사카 공연에서는 16개 작품 중에서 조선무용이 5개 연목이었으나 다카라즈카 공연의 조선무용 작품은 6연목으로 하나가 더 많았습니다.

 

 

또 조선무용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도쿄 공연의 5(왕무, 조선풍의 듀엣, 가면무, 승무, 3개의 코리안 멜로디)와 오사카 공연의 5개는 그 수와 순서가 완전히 같았기 때문에 오사카 공연은 도쿄 공연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카라즈카 공연의 조선무용은 도쿄-오사카 공연에서 발표됐던 2(<왕무><3개의 코리안 멜로디>)가 빠지고, 3(<검무>, <민요조>, <에헤야 노아라>)가 추가되어서 모두 6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카라즈카 공연의 제1부는 <검무(, 조선무용)><무우화(無憂華, 일본무용)>, <민요조(民謠調, 조선무용)>,<금가락춤(, 현대무용)>, <리릭포엠(リリツク ポエム, 현대무용)>, <희망을 안고서(希望いて, 현대무용)>6연목으로 구성되었는데, 현대무용이 3연목, 조선무용 2연목, 일본식 의상과 음악을 사용한 일본무용이 1연목이 섞여 있었습니다.

 

 

 

2부는 <승무(, 조선무용)><습작(習作, 현대무용)>, <호니호로사(ほにほろ, 일본무용)><습작(習作, 현대무용)>, <조선풍의 듀엣(朝鮮風のデユエツト, 조선무용)>이었고, 3부는 <생지(生贄, 일본무용)><가면무(仮面, 조선무용)>, <에헤야노아라(エヘヤノアラ, 조선무용)><적과 흑(, 현대무용)><마음의 흐름(, 현대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래서 2,3부에서도 현대무용이 4연목, 조선무용이 4연목, 일본무용이 2연목으로 비교적 고르게 구성되어 있지요.

 

전체적으로는 조선무용이 6연목, 현대무용이 7연목, 일본무용이 3연목으로, 당시까지 최승희 선생의 전공이었던 현대무용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새로 시작한 조선무용이 3분의1이상, 그리고 일본인 관객을 위한 일본무용이 20퍼센트 정도 차지했습니다. 다카라즈카 공연의 레퍼토리는 자신의 전공인 현대무용과 새로운 관심을 기울인 조선무용, 그리고 관객의 호응을 배려한 일본무용이 고루 안배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다카라즈카 공연의 레퍼토리에서는 조선무용이 강조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2,3부에 모두 조선무용이 2연목씩 배치되어 있었고, 1부와 2부는 조선무용으로 막을 열었습니다. 특히 2부는 조선무용으로 시작해서 조선무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또 다카라즈카 공연에 포함된 조선무용 작품들은 1934920일의 제1회 무용발표회 이후에 창작된 것에 머물지 않았고, 그의 최대 화제작 <에헤야노아라(1933)>과 그에 못지않은 인기작품 <검무(1934)><승무(1934)>도 포함됐습니다. 이 작품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1935년의 신작 <왕무(1935)><세 개의 코리안 멜로디(1935)>가 제외되었던 것으로 보아, 최승희는 다카라즈카의 관객들에게 최고의 조선무용을 보이기 위해 애썼던 것이 분명합니다.

 

 

다시 말해 다카라즈카 대극장 공연은 도쿄 히비야 공연이나 오사카 아사히회관 공연에 비해 발표 작품의 수와 조선무용의 구성, 그리고 그 순서의 배치가 상당히 달라졌던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다카라즈카 공연의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는 뜻이지요.

 

어떤 관객에 대한 배려였을까? 일본무용이 3개나 포함된 것으로 보아 일본인 관객들을 배려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최인기 조선무용 작품들을 총동원한 것으로 보아, 다카라즈카의 조선인 동포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깊었던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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