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춘해관을 지나 러시아에 입국하면 포장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크라스키노-국경 국도(а/д Краскино-госграница)”를 따라 30분쯤 달려 크라스키노에 도착하게 됩니다.

 

구글 지도에서 훈춘해관(渾春海關)을 로마자로 표기할 때 휘춘포트(Huichun Port)라고 표기한 것이 약간 의문입니다. ‘훈춘(渾春)’꼬리라는 뜻의 만주어 훈춘(huncun)’을 음차한 이름입니다. 중국어 훈춘을 러시아어로는 휘춘이라고 발음하는 것일까요?

 

 

훈춘해관을 넘으니 국도의 양쪽에 컨테이너 트럭들과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탱커 트럭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습니다. 훈춘해관에서 국경까지는 물론, 국경을 지나 러시아에 들어서도 트럭의 행렬은 계속되었습니다. 훈춘해관의 통관을 기다리는 트럭들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측 국경지대에는 대규모의 건축공사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도로를 따라 굉장히 넓은 지역이 정지되어 있었고 그 위에 거대한 강철 빔들이 세워지고 연결되어 3-4층 높이의 건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국경지대에 어째서 이같은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인지 궁금했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이 지역이 개발 잠재력이 큰 지역이고, 그 잠재력은 중국 주도로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10여년 전부터 개발 붐이 시작됐다는군요.

 

가시적인 성과가 훈춘시의 발전입니다. 중국은 훈춘을 중국 동북지역의 관광 중심지이자, 조선의 나진-선봉과 러시아의 연해주를 연결하는 국제교역 중심지로 삼으려고 합니다.

 

 

관광도시 훈춘은 470킬로미터의 창춘-훈춘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이제 창춘에서 훈춘까지 3시간에 갈 수 있습니다. 2015920일 개통된 이 고속철도의 이용객은 개통 한 달 만에 1백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특히 101일 궈칭제(国庆节, 국경절,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수립 기념일)에 시작된 7일 연휴 동안 22만명이 훈춘역에 도착했다는군요. 훈춘 인구가 24만명이니 그에 버금가는 관광객이 일주일 동안 몰린 것이지요.

 

 

관광도시보다 더 야심찬 계획이 훈춘을 동북출해(東北出海)의 새통로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훈천에 집산된 상품과 천연자원을 육로로 나진-선봉항으로 운반해 선적하거나, 아예 훈춘에서 선적해 두만강을 따라 동해로 나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한국의 물류회사 훈춘포스코현대가 참여함으로써, 남북중러의 4개국 국제교역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훈춘의 동북출해를 위해서는 조선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중국 동북지역은 바다에 접해있지 않습니다. 두만강 하류의 마지막 17킬로미터가 조선과 러시아의 국경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동북 영토는 가는 꼬리모양으로 뻗다가 끄트머리의 팡촨(防川)에 멈춰있습니다.

 

중국의 물류가 동해로 나가려면 조선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이들에게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합니다. 물류 중심지 훈춘을 조선과 러시아가 관세 혜택을 받아가면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겠지요.

 

 

이 계획은 지난 4-5년간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조선이 국경을 닫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이를 추진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삼국의 국제교역 노력이 재개된 것으로 보입니다. 20232월에는 나선-훈춘 사이의 트럭 통행을 재개됐고, 2024년에는 중국의 두만강 사용권에 대한 조선과 중국 사이의 협상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최근 북한의 대남 적대 선언으로 이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은 축소될 전망입니다.

 

 

러시아는 훈춘을 중심으로 한 삼국의 국제교역에 가장 소극적이지만, 훈춘을 경유해 시베리아와 연해주의 천연자원을 중국과 북한에 수출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 방문단이 중러 국경지대에서 목격한 러시아의 트레일러와 탱커트럭들은 그런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jc, 20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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