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하산호 전투에서 승리해 2차 대전 전략에 큰 이점을 얻었지만, 중국은 동해 진출이 가로막혀 지금까지 그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하산호 전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예상대로 중국은 중앙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하산호 전투를 높이 평가하거나 기리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역사책에도 등재되지 않은지, 중국인들은 이 전투를 잘 알지 못합니다.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에는 장고봉사건 기념비나 거리도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패배한 것이 만주국=일제이기는 했으나, 동해길이 가로 막힌 전쟁 결과만 보더라도 중국이 축하할 일은 아니지요.
또 러시아에서는 하산호 ‘전투’라고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장고봉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전투라면, 누가 도발했는지, 그리고 누가 승리했는지 따지게 됩니다. 그래서 승리한 러시아는 기꺼이 ‘전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 전투의 당사자도 아니었고 불이익만 떠안은 중국은 이 전투를 ‘사건’으로 격하시켰습니다.
박한용 선생에 따르면, 일본도 이 전투를 ‘사건’이라고 부르지만 이유는 중국과 다릅니다. ‘전투’라고 부른다면 도발과 패배의 책임을 자인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일본이 러시아에게 패했던 한힌골 ‘전투’도 마찬가지입니다. 몽골(байлдаан)과 러시아(Бои)에서는 ‘전투,’ 중국에서는 ‘전역(戰役)’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중국에도 장고봉 사건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장고봉 서쪽 2킬로미터에 위치한 팡촨(防川) 마을의 <장고봉사건기념관(张鼓峰事件纪念馆)>이 그것입니다. 이는 국영이거나 공립 박물관은 아니고, 류총즈(刘丛志)라는 민간인이 세운 사설 박물관입니다.
이 기념관의 류총지 관장은 사업가였습니다. 1991년 지린성 훈춘시가 중앙정부가 인정하는 대외개방도시로 승인되자, 류총지 관장은 1992년 훈춘의 팡촨 마을로 이주, 호텔을 열었습니다. 호텔은 성업이었고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는 2005년 호텔을 기념관으로 개조했습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약 90년전 인근 장구봉에서 격렬한 러일 군사충돌이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조금만 땅을 파면 당시의 전쟁 유물이 출토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이 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국익이 손상되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고, 이 역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전쟁이 반인륜성도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념관의 후문에는 “전쟁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라”라고 쓰인 묘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장구펑사건 현장에서 발굴, 수습한 소련군의 유해를 기념관 마당에 이장하고 세운 묘비였습니다. 기념관 건물에서 이 묘비를 바라보면 후문 뒤편으로 80년 전의 전쟁터였던 장구봉이 보입니다. 기념관의 묘지가 알려지자 러시아인 학자와 일반인들이 찾아와 그 전투에서 사망한 러시아인 병사의 영령을 추모하는 관행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파시스트전쟁(=세계2차대전) 종전 60주년인 2005년 8월15일에 맞춰 개관된 장고봉사건기념관에는 약 400제곱미터의 전시장을 장구펑 사건 전시관과 두만강 역사 전시관으로 나누었는데, 전시된 유물은 대부분 류총즈 관장이 인근 장고봉 지역에서 발굴한 포탄과 탄피, 군도와 군모, 녹슨 기관총이나 대포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그가 수집한 광범위한 문헌과 사진, 영상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개관 20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비록 공공박물관은 아니지만, 장고봉사건기념관의 전시물과 그 교훈이 충실하고 바람직하다는 평가아래, <신화사통신>과 <중국군>의 인터넷에도 소개되면서 공공박물관의 기능이 제고되고 있을뿐 아니라, 최근에는 조-중-러의 삼국의 경계도시 팡촨을 찾는 관광객들도 이 기념관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장고봉사건 때문에 중국동북지역의 동해진출이 저지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민족주의적 분노가 가장 빈번한 반응이지만, 반전의 메시지를 납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jc, 20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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