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그리고 일본의 쇼와 텐노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은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전사자가 2천5백만명, 민간인 사망자가 5천8백만명에 달했다. 이 전쟁으로 약 8천3백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인데, 이는 당시 20억명이 조금 넘었던 세계인구의 5%에 육박한 인명손실이었다.
일제의 중국침략으로 중국군이 약 3백75만명이 전사했고, 중국의 민간인 8백2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제 강점 아래서 사망한 조선인들의 수는 53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나치의 소련 침략으로 소련군 1천1백40만명이 전사했고, 민간인 1천9백만명이 사망했다. 나치의 인종차별로 인한 사망자도 1천1백만명에 달했는데, 그중 6백만명이 유태인이었다.
1차대전에 비해 2차대전의 사망자 규모가 이렇게 컸던 것은 민간인들의 사망자가 많았기 때문이고, 그 대부분이 인종차별로 인한 것이었다는 것이 국제연합(UN)의 결론이었다. 이에 UN은 1948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하고, 이같은 인류 존망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인권선언>은 30개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평등하고 보편적인 천부인권을 명시한 것이다. 그래서 이 선언의 영어 제목도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이다.
세계인권선언의 제1조는 ‘자유’와 ‘평등’과 ‘형제애’를 명문화하고 있어서 프랑스 대혁명이 내걸었던 세 가지 선언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원칙은 예외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뜻으로 “보편성”의 원칙이 추가된 것이다. 보편적 인권의 반대말이 차별이다.
강릉의 인권영화제의 인권세미나에서 재일조선인/한국인이 받는 차별에 대해 발표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 덕분이다. 일본의 시민단체 <팀아이>와 협력해 재일조선학교 무용부에 무용신발을 후원해 온 <무용신>은, 다소 우연한 기회에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를 알게 됐다.
<팀아이>의 요청에 따라 추도비의 희생자 5분의 한국 내 연고를 조사한 결과, 그 중 한 분이신 김병순(金炳順)씨가 강릉출신임이 밝혀졌다. 이후 강릉과 다카라즈카 사이에 다양한 교류와 협력이 시작되었고, 작년의 제24회 강릉인권영화제에서는 재일조선인 영화감독 김임만(金稔万) 선생의 다큐멘터리 <타마세 마을의 1백년 전설>이 상영되기에 이르렀다.
<무용신> 회원들은 잦은 일본 방문을 통해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이 오랜 세월 일본정부와 시민사회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아왔음을 목격했다. 재일조선인들이 받아온 억압과 차별은 그 연원이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조선이 해방되고 난 뒤에도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는데도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재일조선학교를 둘러싼 차별은 매우 끈질긴 것이었고, 특히 일본정부가 시행한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만 제외한 것은 시기적으로 가장 가깝고도 가장 가시적인 차별이었다.
해방 직후 일본을 점령한 미군사령부와 일본정부가 조선학교를 폐쇄하려던 시도는 4.24 한신교육투쟁을 야기했고, 교육의 현장인 학교에서 사상자가 나올 정도로 격렬했다.
또 2002년에는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조선학교 여학생들의 한복 교복을 면도칼로 찢는 테러행위가 발생,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조선학교는 여학생들의 교복을 세일러복으로 교체해야 했다. 조선학교 정문 앞에서 헤이트스피치를 하는 재특회의 모임이 기승을 부렸다. 마침내 2012년 아베 정권은 고교무상화 시행령을 수정해 조선학교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선학교에 대한 이같은 전방위적인 차별과 테러에 대해 모두 살펴볼 수는 없다. 이번 발표에서는 그 모든 차별을 가로지르는 “이름의 문제”를 제기해 보려고 한다. (jc, 20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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