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몬순혁명은 MZ세대가 권위주의 정부를 무너뜨린 최초의 민중혁명입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벵갈어 최대 일간지 <프로톰 알로(Prothom Alo)>는, 하시나 정부가 시위대에 발포해 발생한 최초의 사망자 150명 중에서 94명(64%)이 18-29세의 청년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다른 다카의 일간지 <사마칼(Samakal)>도 200명의 사망자 중에서 19-30세가 104명(50%이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몬순혁명 참여자 대부분이 청년이었고, 이들이 가장 큰 희생을 치렀다는 말입니다.
“XYZ세대”라는 용어는 미국 사회과학자들이 인구의 특징을 구별하는 별명이지만, 생애경험의 세계화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Y세대의 별명으로 1981-1996년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며, Z세대는 1997년부터 2013년 출생자로 유년기부터 디지털 매체의 영향을 받은 세대입니다.
이들은 청소년기에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 탈냉전, 9.11과 미국발 경제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을 경험한 세대이며, IT에 능하고 sns소통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MZ세대는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평가되며, 사회나 공동체 의식보다 소규모 동료집단에의 충성심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변혁의 주체로 떠오르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MZ세대는 그 같은 선입견을 뒤집었습니다. 이들은 하시나 정권의 야당과 언론탄압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학생운동 탄압에 맞서 굳게 단결해 투쟁했습니다. 결국 올해는 학생운동이 시민운동으로 번지면서 몬순혁명을 성공시킨 것이지요.
방글라데시의 학생운동은 적어도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는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에서 분리, 독립하기 전이기 때문에, 학생운동은 파키스탄 정부의 탄압에 저항했습니다. 다카대학의 저항은 워낙 격렬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68운동과 나란히 언급되곤 했습니다.
1969년 다카대학의 학생운동가 아사드 우즈 잠만(Asad uz Zamman)이 경찰에 의해 잔혹하게 사살되자, 다카대학에는 10만명의 시위대가 운집, 피묻은 아사드 우즈 잠만의 셔츠를 장대에 걸고 시위를 계속했고, 결국 이는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에서 분리, 독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1982년 민주정부를 전복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후세인 무하마드 에르샤드(Hussain Muhammad Ershad)의 군부독재를 종식하는 데에도 학생운동의 기여가 컸습니다.
특히 다카대학의 학생중앙조합(Dhaka Univ. Central Students' Union)은 군부독재를 종식하기 위한 1990년 반독재운동의 선봉에 섰고, 결국 1991년의 총선을 통해 에르샤드 독재를 종식하면서, 8개정당연합의 아와미 리그(AL)가 집권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방글라데시 학생들은 다시 한 번 봉기했습니다. 세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정권의 부정부패와 경제실정에 책임을 물어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학생시위는 결국 2024년 8월의 하시나 총리의 사임과 망명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다카대학을 중심으로 한 방글라데시 학생운동은 인도의 영국식민지 시기부터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로 이어지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와 진보운동의 산실이자 동력이었습니다.
따라서 2024년의 몬순혁명을 “MZ세대의 사회변혁운동”이라고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방글라데시의 학생운동은 적어도 1968년부터 반세기 이상 방글라데시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 온 전통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학생운동의 단호함과 MZ세대의 재기발랄함이 어우러져 성취된 몬순혁명은 실로 감동적인 역사입니다. 부디 몬순혁명이 평화적으로 안착되면서 방글라데시에서 오래 염원되어온 민주화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jc, 2024/10/2)
'몬순2024캠페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글라데시2024캠페인] 7. 다카(ঢাকা)에서 온 편지 (5) | 2024.10.13 |
---|---|
[방글라데시2024캠페인] 6. <무용신> 방글라데시 캠페인의 재검토 (0) | 2024.10.06 |
[방글라데시2024캠페인] 5. 칼레다 지아와 BNP (2) | 2024.10.04 |
[방글라데시2024캠페인] 1. 안녕하세요, 무용신 활동가 이고은입니다. (3) | 2024.10.02 |
[방글라데시2024캠페인] 2. 방글라데시의 몬순혁명을 지지합니다. (2) | 202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