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객의 “경성다방 성쇠기”는 경성다방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글이다. 따라서 ‘최초의 끽다점’이 무엇이었는지가 그에게 중요했다. 노다객은 경성에 개업된 최초의 일본인 끽다점은 <후타미>, 조선인 최초의 끽다점은 <카카듀>이었다고 서술했다.
우선 <후타미>가 과연 경성 최초의 끽다점이었는지 검토했는데 새로운 사실이 다수 발견됐다. 노다객을 포함하여 많은 저자들이 경성최초의 끽다점은 1923년 본정 3정목에 개업한 <후타미>라고 서술했다. 서울시의 공식문건인 <서울정도 600년>도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서울에 지금과 같은 형태와 기능을 갖춘 다방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3.1운동 후였다 ... 1923년에 명치정에는 <이견(二見)>, 일본말로 <후타미>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이 문을 열었고, 이어서 본정, 즉 진고개 2정목에는 식료품점 <귀옥(龜屋)> 즉 <가메야> 안에 <금강산>이란 이름의 다방이 문을 열었다. 이 두 다방은 모두 일본사람들의 경영으로 문을 열었지만 우리나라 그것도 서울의 다방으로서는 첫 테이프를 끊은 셈이었다.”
그러나 <후타미>가 개업한 것은 1923년이 아니라 1926년이었다. 1926년 8월22일의 <경성일보>에 따르면 바로 그날, 즉 1926년 8월22일이 <후타미>의 개업일이었다. 광고문은 22일부터 24일까지 개업 피로 행사기간에 참여하는 고객에게 '사은품(粗品)을 증정한다고 했다.
<후타미>의 개업년도가 1926년이라면 1927년에 개업되었다는 조선인 끽다점 <카카듀>와는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그것이 경성 최초의 끽다점일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한편 <나카무라상회 끽다부>가 경성의 첫 끽다점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1963년 2월20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개화초기-차와 다방”이라는 글에서 화가 김용진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1910년(융희4년) 8월 망국의 칙서가 내리기가 무섭게 서울 진고개에는 다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인 ‘나카무라(中村)’란 자의 다방이 제일 먼저 생겼으나 잇달아 <메이지(明治)>, <공고산(金剛山)>, <모리나가(森永)> 등의 찻집이 생겨났다.”
김용진이 경성 최초의 다방이라고 서술한 <나카무라>는 <나카무라상회 끽다부(中村商會喫茶部)>를 가리킨다. 1928년 6월29일자 <경성일보> 1면에 <나카무라상회 끽다부>가 “개시”된다는 광고가 실렸다. <나카무라(1928)>가 <후타미(1926)>보다 뒤에 생겼으므로 그것이 경성 최초의 끽다점이었을 리 없다. 김용진의 기억에 착오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다른 한편, 일본어 잡지 <조선공론> 1932년 2월호에 실린 “빨간 꽃도 피는 경성의 단 곳”이라는 기사에는 1920년 <다리야 끽다점>이 개업했다는 내용이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다.
“저 멀리 10년 전, 1920년 가을에는 단 것을 파는 가계로서 현재의 끽다점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으나, ... 카미요시옹(神吉翁)이 본정 2정목에 다리야 끽다점을 경영하고 있던 정도가 나의 기억에 있다. ... 그리고 나서 5,6년 지나고 나서 요시카와군(吉川君)이 본정 3정목 우편국의 건너편에 끽다점 <후타미(二見)>를 개업했다.”
<조선공론>의 이 기사에 따르면 경성 최초의 끽다점은 1920년 카미요시 나가사쿠(神吉長作, 1874-?)가 본정 2정목에 개업한 <다리야 끽다점>이다. 효고현 고베 출생의 카미요시 나가사쿠는 고베에서도 과자가게를 경영했던 사람으로, 1915년 10월 조선으로 건너와 경성 본정 2정목 81번지에 과자점을 개업해 ‘다리야 일본과자’를 제조해 판매했다.
과자점이 자리 잡자 카미요시 나가사쿠는 본정 2정목 90번지에 별도의 끽다점을 개업했다. <조선공론>은 그 시점이 1920년 경이었다고 서술했으나, 더 자세한 인명기록에 따르면 <다리야 끽다점>의 개업은 1917년 12월이었다. 카미요시 나가사쿠는 1930년 미츠코시 백화점이 개점되자 그 3층에 <다리야 백과점>을 입점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후타미(1926)>보다 9년이나 일찍 개업한 <다리야(1917)>가 경성의 첫 끽다점이었을까? 아니었다. <다리야>보다 11년 전인 1909년에 개업된 끽다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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