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역사는 1900년 2층 목조 건물로 완공되어 재건축이 시작된 1922년 6월까지 사용되었다. 공사기간 중이었던 1923년 1월1일부터 남대문역은 경성역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1925년 9월에 완공된 3층의 석조 신역사는 1925년 10월12일부터 개관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남대문역이 경성역으로 개축되고 개칭됨에 따라 그 내부의 식당 시설도 변화를 겪었다. 1909년 개업 이래 1922년까지 사용되었던 <남대문역 끽다점>은 문을 닫았지만, 1925년 10월부터 문을 연 신역사에서는 식당부와 끽다부가 분리되어 문을 열었다.
잡지 <조선과만주(朝鮮及滿洲)> 1934년 6월호에 실린 “식당순례(食堂めぐり)”라는 기사는 경성역의 <구내식당>과 <끽다실>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제목) 경성역 2층식당 (본문) 경성역의 구내식당은 2층의 대식당과 1,2등 대합실 옆에 있는 끽다실, 그리고 열차식당도 경영하고 있다. 조선호텔과 마찬가지로 4월1일부터 철도국의 손으로 돌아와 관영하게 되었다. 양식, 일식, 중국요리가 주문에 따라 가능하다.
“식당의 설비는 나무랄 데 없는 곳이다. 위층 대식당은 동시에 2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연회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근대식 설비의 건물인 만큼 공기가 매우 맑고, 요리도 상위권이다. 따로 소식당이 있어서 30명까지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다.”
즉 <남대문역 끽다점>에 합쳐져 있던 식당부와 끽다부가 <경성역 구내식당>과 <경성역 끽다실>로 분리된 것이다. 2층의 <경성역 구내식당>은 한꺼번에 2백명을 수용하는 연회장으로 사용될 수 있었으므로 각종 단체의 총회나 연례 모임에 대관되었다. 이 기사는 또 2층의 대식당과 1층의 끽다실의 종업원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2층의 접객 뽀이는 전부 남자로 20명이다. 조리사는 약 40명이다. 이곳 식당에도 여자 뽀이가 있으면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문이 많다. 아래층의 접객 뽀이는 15살부터 20살까지의 여자로 7명이다. 모두 모던한 그레이 유니폼을 입고 있다. 명랑하고 애교가 좋아서 인기를 얻고 있다.”
2백명을 접객할 수 있는 <구내식당>의 종업원이 20명인데, <끽다실>의 종업원이 7명이라고 한 것을 보면 끽다실의 규모도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50-70명을 한꺼번에 접대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가 되었을 것이다.
종업원을 ‘뽀이’라고 한 것이 이색적이다. ‘뽀이’는 영어단어 ‘보이(boy)’에서 전화된 말일 것임에 틀림없다. 일본이나 서양에서 들어온 신문물을 일찍부터 누리던 남성을 ‘모던 뽀이’라고 불렀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던 뽀이’는 흔히 ‘모뽀(モポ)’라는 줄임말로 통용되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여성 종업원도 ‘뽀이’라고 불렀다. 왜 여성을 ‘뽀이’라고 불렀을까? ‘모던 뽀이’와 마찬가지로 ‘모던 껄’도 있었고, ‘모가르(モガール)라는 줄임말도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그런데도 당시 경성사회는 여자 종업원을 ‘뽀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여종업원을 ‘뽀이(ポーイ)’라고 부른 것은 일본어 잡지 <조선급만주(1934년 6월호)>의 실수가 아니다. 한국어로 발행되던 <동아일보(1927년 6월15일)>에도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제목) 카페 엄중단속, 본정서의 철퇴, (본문) 시내에 있는 카페의 내용개선에 대하여 당국에서는 ... 여‘뽀이’ 고용관계에 여러 가지로 불미한 점이 많아서 ... 지난 십사일 오전 열시부터 관내 카페영업자 오십삼명을 동서루상으로 모아가지고 ... 작부나 여‘뽀이’들을 ‘카페’ 문간에 내어보내어 손님을 끄는 등의 일은 절대로 하지 못한다...”
이 기사에는 아예 “여‘뽀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직역하면 ‘여자소년’이라는 형용 모순의 비어인데도 당시에는 신문에 쓸 정도로 정상적인 어법이었다. 아마도 식당과 끽다점 등의 신문물 서비스업의 종업원이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뽀이’라고 불렀던 관행이 그 직종에 여성들이 진출한 후에도 그대로 사용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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