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에서 교통 발달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일제가 조선을 침략하면서 가장 먼저 철도를 부설한 것이 그 예이다. 1900년 경인선(제물포-서대문역)이 개통되기 전에는 인천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경성에 도착하기까지 약 10시간이 걸렸다. 경인선은 그것을 1시간40분으로 줄였다. 경성 시민들은 제물포 중화루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1905년 1월과 11월에 각각 개통된 경부선과 경원선도 마찬가지였다. 이 두 철도가 개통됨으로써 일본은 부산에 상륙해 24시간 안에 신의주를 통과해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경성과 춘천 사이에는 1939년 7월까지 철도가 없었다. 오늘날 경춘선 철도 연장이 약 90킬로미터로 고속철도로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다. 그러나 코노 반세(河野萬世)가 저술한 <춘천풍토기(1935)>에 따르면 1925년 경 경성-춘천 도로는 지형이 험하고 도로가 부실해서 자동차로 20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나마도 조선시대에 비하면 도로사정이 크게 좋아진 것이었다. 1907년까지도 관리가 경성에서 강원감영이 있던 춘천에 부임하는데 3일 걸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나마 도로가 정비되어 1925년경에는 자동차로 20시간 걸렸다고 하니 교통시간이 약 3분의1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조선총독부가 설치한 치도국(治道局)의 주도로 대대적인 도로정비사업을 벌인 결과 1935년경에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직통 자동차로 3시간, 승합자동차(버스)로 4시간이 걸리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비된 도로마저 홍수와 폭설로 자주 유실되어 짧으면 며칠, 길면 몇 달씩 교통이 두절되었다. 1926년 7월20일의 <동아일보>는 홍수로 경춘가도가 유실되어 우편물을 발동선으로 체송하는 중이라고 보도했고, 1926년 12월29일의 <중외일보>는 폭설로 경춘간 도로가 불통되었다고 전했다. 1928년 1월11일의 <부산일보>도 날씨가 풀리면서 겨우내 불통되었던 경춘간 도로가 재개되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로 미루어 경춘간 도로에는 정기적인 자동차편이 있었더라도 악천후로 자주 두절되곤 했었음을 알 수 있다.
도로교통을 위협한 것은 자연재해뿐 아니었다. 경춘간 도로가 험준하고 외딴 산악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와 자동차 강도가 빈발했다. 1928년 3월3일의 <매일신보>는 자동차가 절벽에서 추락한 사고를 보도했고, 1929년 4월21일의 <부산일보>는 자동차 강도가 출몰해 승객들을 내려놓고 자동차를 탈취해 경성 쪽으로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자연재해와 사고, 강도에 더하여 경춘간 자동차 운임이 대단히 높았다. 1926년 7월10일자 <매일신보>는 경춘간 자동차 편도요금이 6원이라고 보도하면서 이를 적어도 5원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26년경 교원 월급이 40원이었으므로 경춘간 자동차 1회 왕복요금 12원은 교원 월급의 3분의1에 해당했다.
1930년경 경인선 철도 운임이 편도 48전, 차동차 요금은 편도 95전이었다. 따라서 경춘간 도로의 거리가 경인간 도로보다 2배쯤 길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 자동차 운임은 경인간 자동차 운임에 비해 약 2배, 철도 요금에 비해 약 4배나 더 비쌌다.
따라서 최승희무용단이 1931년 초에 춘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왕복 여행시간만 2-3일이 걸렸고, 자동차 여행 중의 사고나 강도의 위협을 무릅써야 했으며, 10명의 무용수와 4-5명의 스탭들은 약 180여원의 자동차 운임을 지불해야 했다.
당시 춘천 공회당의 객석수가 7백석이었고, 어른 1인당 입장료가 80전이었으므로 1회 공연수입은 최대 560원이었다. 여기서 최소 2박3일의 숙식비와 자동차 운임, 극장대관료 등의 비용을 제외하면, 공연 수익은 거의 없거나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최승희의 무용단이 1931년 2월21일 춘천 공연을 단행한 것은 재정적인 면에서는 물론 실제적인 면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던 일이었다. 최승희는 왜 이같은 어려움과 악조건을 무릅쓰고 춘천 공연을 단행했던 것일까? (jc, 2021/8/18초고; 2024/2/18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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