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상생관(相生館아이오이칸, 1916-1945)이 본정1정목 16번지(중구 동광동1가 16번지)에 문을 열었다. 상생관의 극장주 미츠오 미네지로(滿生峰次郞, 1884년~?)는 교야마 하나마루(京山花丸)로부터 인수받은 연극장 변천좌(1912-1916)를 대대적으로 개축하여 1916년 10월31일에 활동사진 상설관 상생관을 개관한 것이다. 대지 95평, 1,2층 총건평 165평으로 관람석은 1층 350석, 2층 307석, 입석 148석, 총 805석이었다.
상생관의 외형장식은 매우 독특했다. 이형재 건축사무소 대표의 고증에 따르면 인조석으로 조각을 부각시켜 석조건물과 같은 느낌을 주도록 표현했으며 2층 열주는 이오닉형에 가까운 주두로 적은 공사비를 투입, 석조집의 모양을 낸 당대 제일의 미장공 솜씨를 뽐낸 건물이다. 로코코와 바로크, 르네상스풍이 가미된 절충식 건물이라고 할 수 있어 이런 유형은 대청동의 근대 역사관에서 조금 찾아볼 수 있다.
상생관은 1918년부터 닛카츠(日活), 1923년부터는 쇼치쿠(松竹) 영화사로부터 영화를 배급받아 오던 중 닛카츠 영화가 보래관으로 넘어가버리기는 했으나 파테사를 비롯하여 키스튼, 메트로 등의 외국영화를 상영하여 인기를 끌었다.
특히 상생관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가장 먼저 소개하면서 인기를 끌자 독식하다시피 상영했다. 1917년 4월28일, 1권짜리 <채플린의 장난>을 시작으로 <권투>, <빵집>, <신문기자>, <괴잠정>, <사랑의 도피>, <연극>, 1918년 들어 <악우>, <남의 일에 질투>, <백작>, <가짜>, <지배인>, <칼멘>이 상영됐으며 그 후 <전선의 채플린>, <황금광시대>,<나무망치>, <키드>, <방랑시대>, <스케이트>, <전당포>, <데파트 성금>, <거리의 등불>, <거리의 대장>이 상영됐다.
상생관의 외관은 1925년 11월15일 개축공사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보래관, 행관과 함께 부산을 대표했던 3대 극장의 하나였던 상생관은 1932년 2월12일 쇼치쿠 가마다(蒲田) 촬영소가 만든 발성영화 제1회 작품 <마담과 마누라>를 상영하면서 부산의 세 번째 발성영화 상영관이 되었다.
이후 상생관은 1934년 부산대교(영도다리) 개통에 이어 1936년에는 극장 건너편에 부산부청(시청)이 들어서면서 주변 환경의 변화로 시민들과 더욱 가깝게 근접할 수 있는 대중 문화공간으로 융성기를 맞이했다.
한편 상생관의 극장주 미츠오 미네지로는 1936년 오이케 겐지(大池)로부터 초량동 소재 중앙극장을 인수하여 극장 이름을 대생좌(大生座)로 바꾸고 모관 상생관에서 가까운 잇점을 살려 한 영화를 두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방식으로 경영의 내실을 기했다. 그는 사업 영역을 대구와 서울 지역까지 넓혀 대구 신흥관과 서울 용산극장도 경영했다.
그러나 시설과 관객 수용에서 보래관, 행관보다 열세였기 때문에 상생관은 소화통 2정목에 부지를 확보하고 극장 신축을 시도했지만 실현되지 못한 채 광복을 맞았다. 1942년의 <조선의 영화상설관목록(소화17년 영화연감)>에는 대표가 미츠오(滿生忠雄)으로 교체되어 있다.
해방 후인 1946년 1월1일 새로운 이름을 현상 공모하여 <대중극장(大衆劇場)>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1948년 12월에는 <부민관(府民館)>으로, 한국전쟁기에는 임시수도 부산의 대표적인 개봉관으로 신작영화가 모두 이곳에서 상영, 제2의 전성기를 누렸으나, 1953년 8월에는 <시민관(市民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현대극장, 국제극장, 제일극장, 대영극장, 동명극장 등이 차례로 세워지면서 극장 시설의 노후로 2,3번관으로 전락했다가 결국 1976년 6월1일 개관 60년 만에 문을 닫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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