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8월22일 국제관(國際館고쿠사이칸, 1920-1929)이 안본정 5번지(=중구 중앙동)에 개관했다. 국제관은 옛 부산역(=1953년 부산 대화재로 소실) 앞에 르네상스식과 일본식의 절충적 건축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이형재 건축사의 고증에 따르면 “건물 전면 한 칸 기둥까지는 근대식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동서양 절충식으로 구성”되었고, “건물 상부에 마련한 지붕 내밀기 디자인은 당시로서는 꽤 획기적인 디자인 발상”이라고 조사했다.
국제관은 4천주를 나눠 투자한 194명의 주주들이 설립했는데, 설립 자본금은 20만 원, 불입금 13만 원이 출자되었다.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 4명 중 기노시다 모도지로(木下元次郞)가 대표, 야마무라 마사오(山村正夫)가 전무, 요시오카 시게도미(吉岡重實)와 시게도미 이하치(重富伊八)가 각각 취체역으로 참여하여 공동 경영되었다. 경영진 참여자들은 모두 일본에서 조선으로 건너와 부산에서 경제인으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국제관은 상설 활동사진 영업을 주목적으로 하되, 활동사진 필름의 제조, 판매, 임대, 위탁 매매업도 할 수 있었고, 연극 및 제흥행 경영 중개업, 그리고 극장임대업도 가능하도록 허가되었다.
국제관 개관 시기는 부산 극장사의 초기가 마무리된 시기였다. 부산의 초기 극장은 8개로, 행좌(杏座사이와이자, 1903-1916)와 송정좌(松井座마츠이자, 1903-1911), 부귀좌(富貴座후키자, 1905-1907)와 부산좌(釜山座후산자, 1907-1923), 변천좌(辨天座벤텐자, 1912-1916), 동양좌(東洋座도요자, 1912?-1918?), 질자좌(蛭子座히루고자, 1912-1918), 욱관(旭館아사히칸, 1912-1916) 등이 그것이다.
이 극장들은 모두 일본의 구극과 신극을 주로 상연하던 연극장이었고, 각 극장의 존속 연대에도 보이듯이 이중 부산좌를 제외한 7개 극장이 폐관되거나 영화상설관으로 전환되었다. 송정좌와 부귀자, 질자좌와 욱관은 폐관되었고, 동양좌는 1916년 대흑관으로 바뀌었다가 1918년경 폐관되었다. 다만 행좌는 행관(1916-1930)으로, 변천좌는 상생관(1916-1945)으로 개칭되었다, 이중 욱관은 폐관되기 2년 전인 1914년 3월12일 활동사진 상설관으로 전환해 부산에 활동사진 상영관 시대를 처음 열었다.
따라서 1918년경에는 부산좌와 보래관, 행관과 상생관의 4곳만 남았고, 부산좌만 연극과 영화 공용상영관으로 남았을 뿐, 나머지 3곳은 모두 새롭게 개관, 혹은 재개관된 활동사진 상설관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영화관람 수요가 다시 늘어나자 1920년대에 새로운 극장이 세워졌는데, 1920년의 국제관(國際館고쿠사이칸, 1920-1929), 1921년의 유락관(遊樂館유라쿠칸, 1921-1932), 1922년의 태평관(太平館타이헤이간, 1922-1943) 1924년의 수좌(壽座고도부키자, 1924-1945)가 개관해 총 8개의 극장과 공존하면서 다시 관객 경쟁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앞선 일본식 연극장 시기(1903-1914)와는 달리 활동사진 상설관 시기(1914-1928)로 이미 활동사진, 즉 영화의 공급이 확대되고 이를 관람하는 관객의 층도 두터워졌기 때문에 부산좌가 화재로 폐관된 것을 제외하고는 7개의 극장이 모두 상존(相存)하면서 극장계를 이끌어 나갔다.
이 8개 극장도 부산 초기극장 시기부터 보이던 역할 분담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평관은 일본전통의 가부키 극장이었고, 보래관과 행관, 상생관은 봇물 터지듯 시작된 활동사진 상설관이었다. 한편 부산좌와 국제관, 유락관과 수좌는 전통적인 일본의 구극과 신극은 물론 새로운 활동사진도 상영했을 뿐 아니라, 부산부 내의 각종 사회단체와 연예행사 등도 개최하는 전천후 극장이었다.
그러나 영화관으로서의 국제관은 당시 부산의 3대 상설 영화관인 보래관, 행관, 상생관에 비해 경영 실적이 뒤쳐졌고, 상영된 영화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연극 공연장으로서는 부산좌와 함께 명성을 얻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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