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라즈카시의 중부 산간지역에 위치한 타마세는 다카라즈카 중심부의 관광, 오락, 축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곳입니다. 깊은 산중에 펼쳐진 분지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농촌마을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경작되는 쌀은 일본에서도 품질이 가장 좋기로 이름이 난 명품입니다.
타마세의 불교사찰 만푸쿠지에 가려면, 다카라즈카시를 북에서 남으로 꾸불꾸불 누비며 흐르는 무코강변의 기차역 다케다오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6정류장만 가면 됩니다. 이 절이 1914-15년 고베수도공사 중에 터널 암벽붕괴 사고로 사망한 조선인 노동자 김병순, 남익삼, 장장수씨의 위패가 모셔진 사찰입니다.
세 분의 참배묘는 만푸쿠지의 길 건너편 산기슭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월 정세화 선생님과 만푸쿠지의 주지스님 아다치 치쿄 선생님의 안내로 참배묘를 찾았는데, 양지바른 비탈에 마련된 아담한 처소였습니다. 세 분의 실제 매장묘는 타마세 마을의 공동묘지인데, 깊은 산 속인데다가 지금은 길도 끊어져서 찾아가 볼 수 없었습니다.
세 조선인이 이 곳에 묻힌 까닭은, 무코강을 따라 진행되었던 고베수도 제1차 확장공사(1911-1921년) 때, 이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공사 현장에서 터널암벽의 낙반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병순씨는 1914년 3월14일, 남익삼씨는 1915년 1월21일, 장장수씨는 1915년 3월24일에 사망했는데, 타마세의 부녀회는 1914년부터 매년 8월24일 만푸쿠지 주지스님의 집전으로 세 조선인을 위한 제사를 드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세 조선인의 사망 사실은 1985년 재일조선인 향토사학자 정홍영(鄭鴻永, 1929-2000) 선생과 다카라즈카 시립중학교의 일본어 교사 콘도 도미오(近藤富男, 1950-2022) 선생의 문헌조사와 현지답사로 확인되었으나, 당시에는 세 분의 유해가 타마세 공동묘지에 묻힌 사실과 위패가 만푸쿠지에 모셔진 사실까지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2000년 1월 정홍영 선생이 타계하신 후 콘도 도미오 선생은 20년의 노력 끝에 이 지역의 많은 활동가와 재일조선인들의 도움을 얻어 2020년 3월26일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비를 세우셨습니다. 추도비가 세워진다는 소문은 니시타니의 타마세 마을에도 퍼졌고, 이에 만푸쿠지의 주지스님은 자신들이 세 분의 제사를 지내왔다는 사실을 전해왔습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은 1929년 후쿠치야마선 철도개수공사에서 사망한 윤길문, 오이근씨와 함께 고베수도 개수공사에서 사망한 세 분을 함께 기리는 추도비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타마세 부녀회가 만푸쿠지 주지스님의 집전으로 1백년이 넘도록 세 조선인을 위해 제사를 지내왔던 사실은 1914년부터 2020년까지 마을 주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선행을 베풀 때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그런 일을 108년 동안 계속해 오신 분들이 계셨던 것입니다.
제가 세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삼계만령공양묘를 참배한 후에 연구자의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주지 스님께 여쭤봤습니다. “이분들이 타마세 공동묘지에 묻히신 기록이 있습니까?” 만푸쿠지로 돌아왔을 때 주지스님은 매장기록을 보여주셨고, 거기에는 분명히 세 사람의 이름이 매장 일자와 함께 또렷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또 물었습니다. “타마세의 주민들께서 아무 연고 없는 분들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제사해 오신 까닭이 무엇입니까?” 세 조선인의 제사를 처음 집전하신 주지스님 이후로 3대가 지난 뒤에 주지에 취임하신 아다치 스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이곳은 산이 깊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러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무코강 상류에서 투신하신 분들이 떠 내려와 우리 마을에서 발견된 분들도 있고요. 어떤 이유로든 우리 마을에 들어오신 분들을 우리는 예를 갖춰 매장합니다. 그러나 연례 제사까지 지내온 것은 이례적입니다. 아마도 이분들이 고향을 떠나 이역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점을 특별히 애석하게 여기신 마을 주민들이 매년 제사를 드려온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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