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무용신 캠페인이 끝난 2020년 3월 정세화 선생님은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이야기를 또 하셨습니다. 3월말에 추도비가 마침내 건립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마침내’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 의아했습니다. 이 추도비가 얼마나 오래 준비되었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은 후에 비로소 건립되기에 이르렀는지 몰랐던 저로서는 당연히 그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일본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에게도 추도비와 위령비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전공이 사회학, 범죄학이었기 때문에 역사학, 특히 한일간 근대사에 대해서 잘 몰랐고, 추도비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랐습니다.
한 도록을 통해 일본 전역에 170개의 조선인 추도비가 세워져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20년 동안 일본 취재를 해온 사진작가 안해룡 선생으로부터 자신이 새로 찾은 추도비도 30개에 달하기 때문에, 일본에는 조선인 추도비가 2백개쯤 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가 201번째 추도비가 되는 셈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조사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도움은 답지했습니다. 정세화 선생님뿐 아니라 콘도 도미오 선생님과 신도 도시유키 선생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 주셨습니다. 정세화 선생님이 정홍영 선생님의 아드님이신 것을 안 것도 이때였습니다. 이분들은 무용신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고, 최승희 연구에도 큰 힘이 되어 주셨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2차 무용신 캠페인 즈음에 일본에서 <팀아이>가 결성되었습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님과 정세화 선생님, 그리고 신도 도시유키 선생님께서 주축이 되셨고, 재일 조선학교를 포함해 젊은 학생청년들을 후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셨습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님은 <팀아이>라는 이름도 “‘아이’들을 사랑(愛)으로 지켜보는(eye) 주체(I)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정하셨다고 알려 주셨습니다. 이같은 취지에 동조하는 분들이 <팀아이>에 잇달아 참여하셨습니다.
일본 <팀아이>의 결성에 자극을 받아 한국에서도 재일조선학교를 후원하기 위한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모임의 이름도 일본 <팀아이>에 맞추기 위해 한국 <팀아이>로 정했습니다. 이인형 선생과 저를 포함해 9명의 재일조선학교 후원자들이 이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팀아이>는 2020년 10월 제2차 무용신 캠페인을 통해 170켤레의 무용신을 마련했습니다. 이 무용신들은 2020년 깅키지역 조선학생 예술경연대회에서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는데, 콘도 도미오 선생님께서 직접 경연대회장에 가셔서 학생들에게 무용신을 전하셨습니다.
이날 콘도 도미오 선생님은 정세화 선생님과 함께 경연대회를 모두 참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준비하신 인사말을 하시기 전에 자신이 직접 관람한 무용작품들에 대한 감상도 전하셨다고 했습니다. 또 콘도 도미오 선생님의 인사말 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습니다.
“나는 일본인으로서 이분들(=한국의 후원자들)에게 마음이 움직여서 한국과 미국 사람들에게도 호소하면서 힘을 모아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 말씀 중 “마음이 움직였다”는 표현이 제 마음에 꽂혔습니다. 마음이 움직이면 일할 수 있습니다. 제가 무용신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90년 전 최승희 선생의 조선무용을 조선학교 학생들이 지금도 이어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고, 감동한 마음들이 모아지면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님은 1983년 정홍영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마음이 움직이셨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말투에 한 눈에 끌렸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번 움직인 마음이 35년 후에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와 <무용신 캠페인>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저는 특히 정홍영 선생님과 콘도 도미오 선생님 사이의 우정에 감동했습니다. 저런 우정과 동지애를 평생 간직하셨던 분들이라면 기꺼이 따르면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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