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단지동맹 기념비에 도착해 둘러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습니다. 투먼에서 아침 8시에 출발했는데, 크라스키노에 도착하지 낮12시, 기념비에 도착하니 오후12시반입니다.
아직 4시간 밖에 안 지났는가? 했더니, 투먼과 크라스키노의 시차가 2시간 있습니다. 투먼은 한국보다 1시간이 빠르고, 크라스키노는 한국보다 1시간이 느립니다. 그러니까 중국 투먼 비엔나 호텔에서 러시아 크라스키노의 고려인 기념비에 도착할 때까지 약 1백킬로미터 이동하는 데에 6시간 반이 걸린 것이지요. 배가 고플 때도 된 것입니다.
기념비에 도착한 방문단 일행은 우선 방문단장 황광석 선생의 지휘로 먼저 묵념을 올린 후 바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아침식사를 버스에서 했기 때문에 점심식사가 이르지 않은가 싶기도 했지만, 여행 다닐 때는 쉬 배가 고픕니다.
점심식사는 김발레리아, 김발렌친 선생 부부께서 준비해 오셨습니다. 크라스키노에는 마땅한 식당도 없고, 혹시 러시아식당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을 염려하셔서, 한식으로 점심을 준비해 버스에 싣고 오셨다고 합니다. 발레리아 선생께서 직접 준비하셨는가, 하고 여쭤봤더니, 아니예요, 하시면서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주문하셨다고 합니다.
일행은 기념비 공원의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약간 늦은 야외 점심을 먹었습니다. 김발레리아 선생께서는 음식뿐 아니라 일행이 각자 사용할 방석까지 준비해오셨으니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셨는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큼직큼직한 투명 그릇에 돼지고기와 닭찜, 김치와 각종 나물이 가득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속으로 ‘저 많은 음식을 우리가 다 못 먹지’ 싶었습니다. 연변의 조선족 동포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고려인 동포들도 음식에 관한한 엄청 손이 크신가 보다 했습니다.
우리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 동안에도 나물이며 고기를 가지고 다니시면서 더 나눠주시곤 하시느라 정작 본인은 식사를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보통 주시는 대로 먹기 때문에, 그리고 때때로 식사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 박인호 선생의 식사까지 대부분 넘겨받는 바람에, 저는 2.5인분은 먹은 것 같았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더니, 다시 한 번 버스킹이 열렸습니다. 박인호 선생의 색소폰과 대금 연주가 있었고, 마지막에는 기념비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를 부르고 기념 촬영도 했습니다.
박인호 선생은 색소폰으로 <기차는 그 새벽에 떠났다>를 연주했고, 이를 반주로 황광석 선생이 가창을 더했습니다. “얀치혜 들판에 무명지를 버린/ 대한국인 안중근을 태우고/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는 가사를 들으면서, 안중근 의사가 블라디보스톡 역에서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모습이 연상되더군요. 이 기념비 공원은 이 노래를 가장 절절하게 부를 수 있는 장소의 하나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박인호 선생은 대금으로 <천향>과 <천년학>을 연주했는데, 특히 <천년학>은 한과 흥을 동시에 안겨주던 <서편제>의 장면들을 연상시키더군요.
기념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 전에, 목소리를 합쳐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습니다. 손가락을 끊어가면서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를 다짐했던 분들의 기념비 아래였기 때문인지 이 노래의 의미가 더욱 또렷해지는 것 같더군요.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이 잘 간직해 온 단지동맹원들의 다짐과 실천은 이곳을 잠시나마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 사무치게 전달되었습니다.
문득, 이들의 소원은 이뤄졌는가, 하는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일제강점이 종식되었으니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남북으로 나뉘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분들을 뵙거나 생각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우리는 또 어떤 다짐을 해야 할 것인지,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jc, 20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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