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4. <기생춤(Danse de Kiisan)>은 “장구를 맨 기생이 춤추며 노래하면서 방랑 시인의 관심을 빼앗는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소품으로 장구가 등장하기 때문에 흔히 <장고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기생(妓生)을 일본식 발음의 게샤(geisha)라고 쓰지 않고 한국식 단어에 가깝게 키생(Kiisan)으로 발음되도록 철자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띤다.
다른 작품 설명과는 다르게 <기생춤>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한 수 덧붙여져 있다. 앞선 곡해설과 연결해 이해한다면, 장구를 메고 춤을 추던 기생이 지나가는 방랑 시인을 유혹하면서 부르는 노래로 볼 수 있겠다.
젊음은 지나가는 법입니다
슬퍼하거나 괴로울 게 무엡니까?
죽고 나면 우리는 어찌 될까요?
아름다운 여인들과 위대한 영웅들도
모두 죽었고 여기에 없는 것을...
“젊음은 지나가는 법(Il faut que jeunesse se passe)”이라고 직역한 첫 줄은 프랑스 속담이다. 대개 “애들은 애들일 뿐”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여기서처럼 “젊은 시절은 곧 지나가므로 맘껏 즐겨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 속담은 한국민요 <성주풀이>의 받는 소리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로구나/ 놀고놀고 놀아봅시다/ 아니 노지는 못허리라”와 그 뜻이 같다. 이후의 구절들도 “낙양성 십리 하에 높고 낮은 그 무덤들/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는 <성주풀이>의 ‘매기는 소리’와 내용이 같다.
이 시는 다섯줄에 불과하고 프랑스 속담까지 동원해 번역됐지만 내용은 한국적이다. 아마도 안막과 최승희가 <성주풀이>나 <편시춘>의 가사를 제공했고, 이를 기획사나 주관사가 프랑스어로 번역하면서 위의 구절이 등장하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하지만 이 번역이 <성주풀이>와 <편시춘>의 비관과 낙관, 허무와 쾌락이 혼재된 분위기를 얼마나 프랑스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나가는 길손을 유혹하는 기생의 매혹적인 노래와 교태로 넘치는 최승희의 <기생춤>은 그같은 정조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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