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유홍준 선생의 표어입니다. 문화유적은 알고 보아야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전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맞는 말씀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더 깊은 실용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이 말은 유홍준 선생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라는 뜻이기도 하죠. 덕분에 그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스테디셀러가 됐습니다. 교육적으로는 물론,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게 해준 멋진 표어입니다.
좋은 건 배워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아는 만큼 모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무용신> 활동에 대해 많이 알리는 만큼 후원자가 모이고, 후원금도 모일 것이라는 기대감입니다.
<무용신>을 시작하면서 저는 글을 써왔습니다. 그리 잘 쓴 글들은 아닙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때그때 빨랑빨랑 써야 했고, 취재나 답사에서 돌아와서도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문장을 다듬고 이쁘게 보일 겨를이 없었습니다. 또 제가 애당초 이쁘고 재밌는 글 쓰는 재주가 젬병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글이나마 부지런히 쓴 덕분에, 해외동포의 민족교육과 민족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먼저 알게 된 것을 글로 써서 알려드리는 만큼 후원자들이 동참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금 운동은 특히 그렇습니다. 누구를 후원하고, 왜 후원하며, 어떻게 후원할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후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세히 알려드릴수록 후원금도 잘 모입니다.
<무용신>은 처음부터 소액다수 모금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적은 금액을 내더라도 많은 분이 참여해 주시는 게 좋다는 뜻인데, 재일동포들께서 실천으로 검증된 방식입니다.
해방 직후 재일동포들은 조선으로 돌아갈 꿈에 부풀었지만,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자녀들이 조선어를 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국어강습소>를 열었습니다. 해방 수개월 만에 일본에 약 600여개의 국어강습소가 만들어졌습니다.
1945년 10월 재일조선인들의 대표기구 재일조선인연합(=조련)이 결성되자, 국어강습소를 조선인학교로 발전시켰습니다. 1947년 541개의 조선초등학교(학생 56,961명, 교원 1,250명)와 22개의 중등학교(학생 1,537명, 교원 81명)가 설립됐습니다. 조총련이 설립된 것이 1955년이므로, 이때의 조련이나 조선인학교는 이데올로기로 갈라지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이 조선인 학교들은 재일동포의 힘과 돈과 지식으로 설립됐습니다. 돈이 있으면 돈을 냈고, 힘이 있으면 직접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배운 사람들은 교사가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쳤고요.
모금운동에 참가한 동포들은 1인당 50전씩 기부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약 1천엔, 한국 돈으로 1만원쯤 되는 액수입니다. 여성들은 주먹밥 점심과 함께 먹던 우유 값이나 찻값을 절약했고, 남성들은 담배 값을 줄여서 학교기금에 보탰습니다.
당시 담배 값은 10개비들이 <호프>나 <히카리>가 1갑에 60전이었습니다. 어떤 기록에는 남성들이 <피스> 담배 값을 기부금으로 냈다고 하던데, 이것은 큰 액수입니다. <히카리>나 <호프>가 한 갑에 60전씩 할 때 <피스>는 7엔을 받는 고급담배였거든요. 암튼, 이런 식으로 조선인 학교가 건설됐습니다. 소액다수의 참여가 기본이었던 것이지요.
<무용신> 운동을 시작하면서, 재일동포들이 조선인 학교를 건설하던 방식을 따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실행에 옮기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호프>를 피우든, <피스>를 피우든, 우윳값을 내던, 찻값을 절약하든, 자신의 용돈을 절약해서 민족교육을 후원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뜻입니다.
재일동포 민족교육의 역사 한 조각을 알려드리면서, <무용신>의 후원자가 많아지고 후원금도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는 만큼 모인다>고 하니까요. (jc, 202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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