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20일 방탄소년단(BTS)은 뉴욕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연설한 뒤, 유엔본부를 배경으로 찍은 뮤직비디오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춤의 허가”라는 뜻이겠습니다.

80여년전 경성에서도 “춤의 허가”를 요청하는 탄원서가 공개됐었습니다. 1937년 잡지 <삼천리(1월호)>에 실린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는 글입니다. 제목이 도발적이지만, 조선총독부의 미츠하시 고이치로(三橋孝一郎) 경무국장에게 보내는 탄원서 형식입니다.

탄원자들은 “댄스홀이 문명도시를 가능하는 상징적인 기준”이며 “(사교)댄스가 얼마나 건전하고 명랑한 오락”인지를 설명하면서, 경성에도 댄스홀 영업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탄원자는 8명으로 <대일본레코드사>의 문예부장 이서구, 끽다점 <비너스>의 마담 복혜숙, <조선권번>의 기생 오은희, <한성권번> 기생 최옥진, <종로권번> 기생 박금도, 바 <멕시코>의 여급 김은희, 영화배우 오도실, <동양극장>의 배우 최선화 등이었습니다.

이 공개탄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8년 전인 1929년 3월 경성의 한 일본인이 종로경찰서에 <소시얼 구락부>라는 사교댄스 개업 신청을 냈으나 허가되지 않았던 바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댄스홀 열품이 불었지만, 조선에서는 댄스홀 영업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조선에 사교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식당이나 요청, 카페나 바 등에서 비밀 댄스홀이 성행했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를 통하여 비밀 댄스홀이 경찰에 적발되었다는 기사가 자주 신문에 났습니다.

조선에 사교댄스가 도입된 것은 일본이 아니라 러시아를 통해서였습니다. <해삼위 천도교청년회연예단>은 1922년 4월14일부터 8월10일까지 조선을 방문, 27개 도시에서 약 넉 달 동안 순회공연을 가졌습니다. 단원의 한 명이었던 김동환(金東煥)은 순회공연 후에도 경성에 남아 러시아 공사관의 통역관으로 일하면서 경성에 사교댄스를 보급했습니다.

1922년 8월 김동환은 현철과 함께 경성 신문로에 조선 최초의 댄스 전문학원 <무도학관(舞蹈學館)>을 개설했는데, 음악과, 연극과와 함께 무도과가 설치됐습니다. <무도학관>은 1923년 6월2일 중앙기독교청년회관(=YMCA)에서 “연합무도음악회,” 1924년 9월에는 통상무도대회(通商舞蹈大會)를 개최하면서 사교댄스의 보급에 나섰고, 대중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무도학관>은 1925년 신문로에서 중심가인 황금정(=을지로)로 이전하면서 무도과를 사교무도, 가정무도, 서정무도로 세분했고, “서양 각국의 고등사교계에서 유행하는 사교”라고 소개된 사교댄스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후 일본 유학생들이 귀국하면서 일본식 댄스홀의 요소가 가미되면서 사교댄스는 더욱 번창하는 한편, 에로틱한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총독부는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댄스홀의 개업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도 이같은 “에로그로넌센스”의 문화현상 때문이었습니다.

조선 최초의 댄스홀은 1945년 9월10일 미츠코시백화점(=신세계백화점) 3층에 설립된 <국제문화사>이었습니다. 경영주가 무용가 배구자였기에 센세이션이 됐습니다. 첫 남편 홍순언과 함께 <동양극장>을 경영했던 배구자가, 두 번째 남편 김계조와 함께 댄스홀을 개업한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문화사>는 “미군 정보를 수집하고 반일 인사를 살해하는 등, 미군을 축출하고 친일 정권을 수립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비밀본부”로 고발되었고, 이른바 “김계조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이내 폐업됐습니다.

한국의 댄스홀은 1950년대에야 허가됐습니다. 캬바레라는 이름의 댄스홀이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후 사교댄스는 형태와 내용를 바꿔가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BTS는 “춤추는 데에 허가는 필요 없다”고 노래했지만, 한국인은 춤출 권리를 얻는 데에 거의 반세기가 걸렸던 것이지요. (jc, 202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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