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최초의 ‘순끽다점’은 1923년에 개업한 진고개의 <후타미>이며 조선인이 개업한 최초의 다방은 1927년 관훈동에 개업한 <카카듀>라는 주장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연구서들도 별다른 인용없이 서술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후타미>의 개업시기는 1923년이 아니라 1926년이며, 그것이 ‘순끽다점’이었다고 볼 근거는 그다지 튼튼하지 않았음을 앞글에서 보았다. 그렇다면 <카카듀>에 대한 주장은 확실한 것일까?
우선 <카카듀>의 개업 시기는 1927년이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노다객은 “경성 다방 성쇠기”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 조선사람 손으로 조선인 가(街)에 맨 처음 났던 다방은 9년 전 관훈동 초(初) 3층 벽돌집(현재는 식당 기타가 되어 있다.) 아래층 일우(一偶=한 구석)에 이경손씨가 포왜(布哇=하와이)에선가 온 묘령 여인과 더불어 경영하던 ‘카카듀’다.”
이 글이 실린 <청색지> 창간호가 발행된 것이 1938년 5월호였으므로, 그보다 “9년 전”이라면 1929년이다. 그런데 어째서 <카카듀>의 개업연도가 1927년으로 굳어졌던 것일까? 그것은 명동백작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봉구(李鳳九. 1916-1983)의 다음과 같은 회상때문이다.
“우리사람 손으로 우리들이 사는 곳에 처음으로 문을 연 다방은 1927년 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초입 3층 벽돌집 아래층에 영화감독 이경손씨가 하와이에선가 온 묘령여인과 더불어 경영하던 <카카듀>다.”
1964년 4월호 <세대>지에 실린 이봉구의 “카카듀에서 엘리제까지”라는 글의 도입부는 약간의 윤문을 제외하면 노다객의 “경성다방 성쇠기”를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이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노다객이 “9년 전”이라고 한 것을 이봉구는 “1927년 봄”이라고 명시한 것뿐이다.
이봉구가 “9년 전”인 1929년을 “1927년 봄”이라고 바꾼 까닭은 무엇일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이를 명시했을 것이다. 아마도 단순한 계산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봉구의 말대로 <카카듀>가 1927년에 개업했다면 그는 11세에 <카카듀>를 방문한 셈이다. <카카듀> 개업이 1929년이더라도 그는 13세 소년이었다. 그래서 이봉구는 “사촌형을 따라 이 다방을 찾아올 때는 홍안소년”이었다고 했다. “사춘기”였기 때문에 “이집 마담인 여인의 눈동자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설레”었고 “한동안 나대로의 고민이 있었다”고 썼다.
여전히 의문이다. 11살이면 사춘기인가? 멋진 여인을 이성으로 보면서 설레고 고민할 나이치고는 너무 빠른 게 아닐까?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카듀의 개업연도가 이봉구의 회상이 아니라 노다객의 서술대로 1938년의 “9년전”인 1929년이었을까? 그것도 올바른 연도는 안니다. 1928년 9월5일의 <동아일보> 3면에는 다음과 같은 단신이 실렸다.
“시내 관훈동에 새로난 끽다점 <카카듀>에서는 개점 피로(披露) 예술 포스터 전람회를 오는 이십칠일부터 이틀 동안 열고 무료로 관람케 한다더라.”
1928년 9월5일의 기사에 “새로 난 끽다점”이라고 한 것은 <카카듀>가 이미 최근에 개점했다는 뜻이다. “개점 피로”행사로 “예술 포스터 전람회”를 무료로 개최한 것은 막 개업한 <카카듀>에 고객을 끌기 위한 행사였을 것이다. 이 기사의 정황으로 미루어, <카카듀>의 개업일은 1928년 9월1일이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노다객과 이봉구의 글에서는 <후타미>와 <카카듀>의 개업 시기가 모두 잘못되어 있었다. 여러 문헌 자료를 종합해 보면 보면 <후타미>는 1926년 8월22일 개업했고 <카카듀>는 1928년 9월1일이 개업일이었던 것이다. (*)
'조정희PD의 최승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카듀를 찾아서] 2-15. “경성 다방 성쇠기”의 저자 ‘노다객’은 이헌구 (0) | 2021.07.13 |
---|---|
[카카듀를 찾아서] 2-14. <카카듀>에 2년 앞선 이성용의 <백림관> (0) | 2021.07.12 |
[카카듀를 찾아서] 2-12. <후타미>는 경성 다방의 “원조”였을까? (0) | 2021.07.12 |
[카카듀를 찾아서] 2-11. 조선 호텔 <팜코트 썬룸>의 드립 커피 (0) | 2021.07.10 |
[카카듀를 찾아서] 2-10. 비운의 <손탁 호텔>과 반일운동 끽다점 (0) | 2021.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