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이무용단의 대구 공연 레퍼토리 못지않게 궁금했던 것은 공연단 구성이었다. 1926년 3월에 경성과 인천, 대구와 부산에서 공연했던 이시이무용단은 모두 몇 명이나 되었고, 그 각각의 역할이 무엇이었을까? 단장인 이시이 바쿠와 그의 파트너 이시이 코나미는 신문에 자주 보도되었지만, 그 밖의 단원들은 이름과 역할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이시이무용단의 동선을 보도한 신문기사들을 종합하면 조선순회공연에 참가했던 단원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926년 3월25일의 <경성일보>는 이시이무용단원 4명을 명시했다.
“본사후원으로 경성에서 열린 3일간의 신작무용시회에서 충분히 천재를 발휘한 이시이 바쿠(石井漠), 야에코(八重子)부인, 그 여동생 코나미(小浪), 피아니스트 호시나 테루오(保科輝雄)씨 등 일행은 23일 아침 경성에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인천으로 향했다.”
이시이 바쿠의 부인 이시이 야에코의 결혼전 이름은 오바 야에코(大場八重子)였고 아버지가 센다이 우체국장을 지낸 부유한 중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학교를 마친 후 기자, 삽화가, 광고모델 등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었다. 초혼에 실패하고 이시이 바쿠와 재혼한 후 주로 무용단의 안살림을 도맡아 담당했다.
당시 무용단을 꾸리기 위해서는 무용단 내부의 매니저와 외부의 공연 매니저가 각각 필요했던 것 같다. 이시이 야에코는 이시이 바쿠가 아사쿠사 오페라단을 꾸릴 때부터 그 내부 매니저를 맡았고, 1924년 이후 이시이무용단을 설립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이시이 코나미(石井小浪)는 이시이 야에코의 여동생으로 이시이 바쿠의 처제였다. 1905년생 이시이 코나미의 본명은 오바 치요코(大場千代子)였으나 이시이 바쿠의 제자가 되면서 예명을 이시이 코나미(石井小浪)로 바꿨다.
1919년과 1920년의 <일본가극배우명감>에 따르면 코나미는 서광고등소학교(=오늘날의 중학교)를 졸업한 후 형부인 이시이 바쿠의 지도로 14세에 니혼칸(日本館)에서 데뷔했고, 이시이 바쿠가 운영하던 아사쿠사 오페라좌(オペラ座)의 귀염둥이 단원이었다.
1922년 1월 이시이 바쿠의 유럽 순회여행에 동행했을 때 코나미의 나이는 17세였다. 당시 상황을 <무용가 이시이바쿠의 생애>는 이렇게 서술했다.
“(이시이 바쿠는) 야에코의 여동생 코나미를 데리고 간다고 했다. ‘짝을 이룰 상대가 필요한데, 코나미라면 충분히 소질이 있고, 출연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야에코는 갑작스런 이야기에 당황해 반대했지만, 바쿠는 춤에 관해서는 고집불통인 사람이었다. 한번 말을 꺼내면 듣지 않는 사람이어서 야에코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시이 바쿠는 출연료를 아끼기 위해 가족인 코나미를 무용 파트너로 삼았다고 했지만, 코나미는 이미 역량 있는 신무용가였다. 경성 공연 당시 최승희보다 불과 6살 연상이었지만, 이미 국제적 수준의 무용가였던 것이다.
당시의 이시이무용단에는 이시이 바쿠의 가족이 한 명 더 있었다. 이시이 에이코(石井榮子)였다. 1911년생인 에이코는 바쿠의 막내 동생으로 터울이 25년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에이코는 교사나 간호사 학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이시이 바쿠가 무용을 가르쳐 내제자로 삼았다.
1926년의 경성 공연에서 이시이 에이코는 독무 <개구쟁이(わんぱく小僧)>를 공연했다. 당시 이시이무용단은 만주의 뤼순과 봉천, 센양과 지린 등에서 공연을 끝낸 후 조선으로 들어온 것이므로 이시이 에이코는 16세의 나이에 이미 국제 공연 경험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6살 연상의 언니 코나미와 동갑내기 에이코는 최승희에게 경이감과 함께 자신감과 안도감을 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이들이 벌써 무용가로 이름을 내고 있었던 것은 분명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을 만나 함께 지내면서 최승희는 결국 자신도 코나미와 에이코처럼 탁월한 무용가가 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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