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마 시즈에의 1925114일 부산 공연에 대해서는 기록이 많지는 않지만, 7-8일의 경성공연 못지않은 성황을 이룬 것은 확실해 보인다. 1925114일의 <매일신보>조선인과 일본인을 물론하고 인기가 물 끓듯 하여 멀리 동래(東萊) 울산(蔚山) 방면으로부터 음악 동호자와 예기(藝妓)의 단체 총견의 신청이 답지하였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사의 보도에 따르면 후지마 시즈에 일행은 “3일 아침 부관연락선으로 부산에 상륙한 이후 후원사인 경성일보-매일신보사의 지국원들, 부산의 악단 및 음악 동호자들, 그리고 예기(藝妓) 단체의 환영을 받았다. 114일의 <경성일보>도 후지마 시즈에가 “(3) 정오부터 후원회인 부산 죽우회(竹友會)와 권번 예기 연합회의 발기로 카모카와(加茂川)에서 개최한 환영회에 참석했고, “오후에는 부산 악단 유지의 환영연에 참례했다고 전했다.

 

후지마 시즈에 일행은 4일 아침 부산부내를 자동차로 관광한 후, 그날 저녁 부산역 앞의 <국제관(國際館)> 극장에서 공연을 가졌는데, 114일자 <매일신보>오늘밤의 국제관은 건축 이후로 처음 보는 성황을 이루었다고 공연의 성황 소식을 전했다.

 

1925년 11월5일의 <경성일보>는 후지마 시즈에 일행이 부산에 도착했음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일본 최고의 무용가라고 소개되었던 후지마 시즈에는 192511월의 부산 및 경성 공연 이외에도 이후 몇 차례 더 조선 공연을 단행했고, 그때마다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도 오늘날 한국 무용계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보다 반년이나 나중에 조선에 데뷔했던 이시이 바쿠가 오히려 조선 무용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까닭은 무엇일까?

 

후지마 시즈에와 이시이 바쿠는 둘 다 일본 근대무용의 선구자들이었고, 일본의 패전 후에도 중견 및 원로로서 일본 무용계를 이끌어 나간 인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무용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은 이시이 바쿠였다. 거기에는 최승희의 역할이 컸다. 이시이 바쿠가 조선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그가 최승희의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최승희의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두 사람의 무용의 성격은 사뭇 달랐다. 이시이 바쿠는 그의 자전적 수필집인 <춤추는 바보(1955)>에서 후지마 시즈에와 자신의 무용 스타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3가지로 평가했다.

 

(1). “나는 일본무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제극의 연구생 시절, 돌아가신 미즈키 우타와카 스승에게 배우는 동안 정말 싫어하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창작 무용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2) “그러나 시즈에 씨의 춤은 ... (42)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 있고, 그리고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3) “일본무용의 기본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일대 혁명이나 다름없, “질식해가는 일본무용을 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그 일을 할 사람은 시즈에씨를 빼놓고는 다른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일본 전통무용을 싫어하는 이시이 바쿠도 후지마 시즈에의 무용만은 좋아한다는 언급은, 실상 후지마 시즈에의 무용이 일본 전통 무용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다만 이시이 바쿠가 관심을 갖는 것은 후지마 시즈에의 무용에 어떤 근대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후지마 시즈에의 무용은 근본적으로 일본 무용이며, 일본의 전통 무용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그 형식이나 내용을 근대화해 나가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는 일본 전통 무용을 뿌리부터 부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근대적 신무용을 창작해 나가던 이시이 바쿠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따라서 조선인들이 이시이 바쿠의 무용과 후지마 시즈에의 무용을 나란히 접했을 때에는 이시이 바쿠의 무용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무용에는 서구적 취향이 느껴질지언정 일본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후지마 시즈에의 무용은 그것이 가진 탁월한 근대성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은 그것을 좋아할 수 없었다. 그의 무용이 근본적으로 일본 무용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후지마 시즈에가 최승희같은 조선인 제자를 얻지 못한 근본 이유였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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