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부산지역에 설립, 운영되었던 24개 극장을 정리했다. 부산에 극장이 처음 설립된 것은 1900년대 초부터였다. 행좌(1903-1915)와 송정좌(1907-1911), 부귀자(1905-1907)와 부산좌(1907-1923)의 4개 극장이 이 시기에 문을 열었지만, 부귀자가 이내 폐관됨으로써 1910년대로 넘어가면서도 유지된 극장은 행좌와 송정좌와 부산좌의 3개소였다.
1910년대에는 변천좌(1912-1916), 동양좌(1912-1918), 질자죄(1912-1918), 욱관(1912-1916), 보래관(1914-1945), 초량관(1914-1917), 행관(1916-1930), 상생관(1916-1945) 등 8개 극장이 개관됐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1900년대부터 유지되던 행좌와 송정좌가 폐관되고, 1910년대에 설립된 8개 극장 중에서도 5개가 폐관되었다. 총 12개 극장 중 8개가 폐관되는 격동기였던 것이다. 1920년대에도 살아남은 극장은 부산좌와 보래관, 행관과 상생관의 4개뿐이었다.
1920년대에는 국제관(1920-1929)과 유락관(1921-1932), 태평관(1922-1943)과 수좌(1924-1945), 부산공회당(1928-1945)의 5개 극장이 새로 개관되어 이 시기에 경영된 극장은 총 9개였지만, 부산좌와 국제관이 폐관되어 1930년대까지 유지된 극장은 보래관과 행관, 상생관과 유락관, 태평관과 수좌와 공회당의 7개였다.
1930년대에는 중앙극장(1930-1945)과 소화관(1931-1945), 부산극장(1934-1945)과 구포극장(1939-1945)의 4개 극장이 개관하여 총 11개 극장이 영업했으나, 이 시기에 행관과 유락관이 폐관되어 1940년대에 들어서는 보래관과 상생관, 태평관과 수좌, 공회당과 소화관, 중앙극장과 부산극장과 구포극장의 9개가 존속했다.
1940년부터 1945년의 광복까지는 대화관(1942년-1945)과 삼일극장(1944-2006), 동래극장(1944-1992)의 3개소가 개관되어 총 12개 극장이 운영됐으며, 1943년에 폐관된 태평관을 제외한 11개 극장은 해방 후에도 계속 극장으로 이어져 사용되었다.
이 극장들의 시기적 구별은 이들이 제공하던 공연물들의 종류에 따른 분류와도 거의 일치한다. 1900년대와 1910년대 초에 설립된 극장들(1903-1912)은 대부분 일본식 구극과 신극을 상연하던 가부키 극장이었다. 행좌와 송정좌, 부귀좌와 부산좌, 변천좌와 동양좌, 질자좌와 욱관이 여기에 속한다.
이후 1910년대 중반부터 1920년대 말까지는 활동사진 상설관 시기(1914-1928)로, 이 시기에 설립된 보래관과 초량좌, 행관과 상생관, 국제관과 유락관, 태평관과 수장 등의 8개 극장은 연쇄활극과 무성영화 상영을 주요한 서비스로 삼았다.
1920년대 말부터 시작된 발성영화의 시대(1929-1945)에는 중앙극장과 소화관, 부산극장과 구포극장, 대화관과 삼일극장과 동래극장의 7개 극장이 설립, 경영되었다.
이상을 종합하면 일제강점기 부산지역에서 명멸했던 극장들은 모두 24개였다. 일부 문헌은 일제강점기 부산 극장을 23개로 집계하기도 했는데, 이는 공공기관이었던 부산공회당을 제외한 숫자였다. 설립 주체가 관청인가 민간인가의 구별을 빼면 영화상영과 공연 및 행사개최라는 기능면에서 그다지 차이가 없었으므로, 필자는 부산공회당을 포함해 일제강점기 부산의 극장을 24개로 집계했다.
끝으로, 부산지역 지도를 조사하던 중 <부산부전도(1914)>에서 <융좌(戎座)>라는 새로운 극장 이름이 발견되었다. 기존 문헌에 없던 극장이름이었으나, 추가 조사를 통해 <융좌>가 <질자좌>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에비스”로 발음되는 융(戎)은 어부와 상인들이 숭배하는 일본의 칠복신(七福神)의 하나이며, “오른손에 낚싯대, 왼손에 도미를 든 모습”으로 형상화되곤 한다.
일설에는 에비스가 이자나기(伊耶那岐命)와 이자나미(伊耶那美命)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히루코(蛭子命)라는 다름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질자좌(蛭子座)>와 <에비스좌(戎座)>는 같은 극장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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