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사람>의 창작시기에는 이견이 있다. 이 작품이 1923년에 창작되었다고 서술한 문헌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학술잡지 <무용학(199013)>에 실린 근대무용의 출발라는 글에서 카타오카 야스코(片岡康子)갇힌 사람의 창작연대를 1923년으로 명시했고, 홋카이도대학 문학박사 논문의 저자 방 타오(龐涛)<갇힌 사람>의 창작연대를 1923년이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이시이바쿠 팜플렛 제1(19277월 발행)>에서 이시이 바쿠는 <갇힌 사람>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안무해 유럽 제1회 공연 때부터 각지에서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시이 바쿠는 1922114일 마르세이유에 도착하여 파리를 경유해 베를린에 도착했으므로 <갇힌 사람>의 창작 시기는 빠르면 19221월말, 늦어도 19222월이라고 할 수 있다.

 

 

미도리카와 준(綠川潤)<무용가 이시이바쿠의 생애(2006)>에서 이시이 바쿠의 뉴욕 공연을 서술하면서 유럽에서 호평을 받은 <명암>, <갇힌 사람>, <젊은 판과 님프> 등을 (뉴욕에서) 공연했다고 서술했다. <갇힌 사람>은 이미 유럽에서 공연되었다는 뜻이다.

 

<갇힌 사람>은 독일 다큐멘터리 영화 <힘과 미의 길(Wege zu Kraft und Schönheit, 1925)>에도 삽입되었다. 이 영화의 개봉연도는 1925년이지만, 이시이 바쿠가 촬영에 응한 것은 베를린에 체재기간이었다. 이시이 바쿠가 베를린에 체재했던 것은 19221월말부터 10월말까지이므로, <갇힌 사람>의 창작연도는 1922년였음에 틀림없다.

 

이시이 바쿠는 그의 <팜플렛 제1>에서 <갇힌 사람>의 악상이 나폴레옹군이 모스크바 전투에서 패배한 것에서 떠오른 것이지만 정작 무용작품의 핵심은 나폴레옹이 아니라, 인간... 외로운 인간... 수탈받고... 자유를 잃어버린... 삶을 표현한 것이라고 서술했다.

 

 

이같은 창작 의도는 관객들에게 비교적 잘 전달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방 타오는 그의 문학박사 학위논문 <신중국영화, 신중국문예에 대한 만영(満映)의 영향(2014:141)>에서 <갇힌 사람>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그의 작품 <갇힌 사람>을 보자. 이 작품에서, 이시이 바쿠는 무대 안쪽에서 양손이 뒤로 묶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무릎을 깊이 꺾인 채 몸부림치며 비척비척 전진한다. 어깨를 세게 움직여도, 땅바닥에서 몇 번 뒹굴어도, 묶인 양손은 끈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어깨를 강하게 움직이며 발버둥치고 속박당한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마침내 끈의 속박에서 벗어났지만 그 끈을 손에 쥔 이시이 바쿠는 힘껏 두 손을 하늘로 뻗어 자신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는 듯한 자세로 땅에 쓰러지고 만다. 이 작품은 끈에 묶인 절망과 몸부림치며 자유로워지려는 강렬한 감정을 육체의 움직임을 통해 힘차게 표현하고 있다.”

 

 

카타오카 야스코도 맨몸에 맨발, 허리에 천만 감고, 두 손을 뒷짐지고 묶인 채, 쇠사슬을 연상시키는 밧줄이 바닥까지 늘어져 있다. 인간의 잃어버린 자유,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표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며, “이시이 바쿠가 이상으로 삼았던 '육체의 움직임에 의한 시'로서 새로운 순수무용의 세계가 창조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카타오카 야스코는 이시이 바쿠의 <갇힌 사람>을 마리 비그만의 <마녀의 춤(Witch Dance, 1926)과 마사 그라함의 <비통(Lamentation, 1930)>과 비교하면서 현대무용의 특징적 공통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즉 카타오카 야스코는 “비그만의 <마녀의 춤>에서는 바닥에 걸터앉아 무릎을 껴안은 자세를 취했고, 그라함의 <비통>에서도 늘어진 통모양의 천에 몸을 감싸고 받침대 위에 걸터앉은 채 춤을 추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세 작품은 종래의 춤에서처럼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회전을 하는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가능한 한 쓸데없는 동작을 버리고, 자기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독자적인 표현 방법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내면의 세계를 몸의 동작으로 표현하면서도, 동작을 간소화함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심화하는 현대무용의 특징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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