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사람(1922)>의 배경음악은 라흐마니노프의 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이 공연되는 발표회의 프로그램마다 그렇게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라흐마니노프(Серге́й Васи́льевич Рахма́нинов, 1873-1943)가 작곡한 숱한 음악 중에서 어떤 악곡이 사용되었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시이 바쿠의 다른 작품들의 경우에는 배경음악의 작곡가 이름을 밝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특히 그의 초기 작품들은 대개 무용작품의 제목이 음악의 제목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시이 바쿠가 대체로 음악을 먼저 선곡하고 그에 따라 무용동작을 안무했기 때문이다.

 

부산공연에서 상연된 무용시 작품 <멜랑콜리(1916)>는 에드워드 그리크(Edvard Grieg, 1843-1907)의 피아노 독주곡 <멜랑콜리(Melankoli)>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고, <일기의 한쪽(日記一頁)>은 야마다 코사쿠의 피아노 소품 <일기의 한쪽>이 배경음악이었다. 이 작품은 후일 그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법열(法悅)>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는데, 초연시의 제목은 야마다 코사쿠의 피아노곡 <일기의 한쪽>과 제목이 같았다.

 

 

무용곡의 제목이 항상 음악의 제목과 같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에도 적어도 원제목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축약된 이름을 제목으로 삼곤 했다. 예컨대 <꿈꾸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Georg Strauss, 1864-1949) 작품번호 29번의 첫 번째 곡인 <황혼의 꿈(Traum durch Dämmerung(1895)>을 배경음악으로 삼았는데, 음악곡 제목에 나오는 꿈(Traum)이라는 말이 무용곡 제목 <꿈꾸다(みる유메미루)>에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갇힌 사람>은 달랐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곡 중에는 갇힌 사람에 대한 곡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시이 바쿠의 무용을 관람했던 관객들 중에는 이 무용작품의 배경음악이 라흐마니노프의 <갇힌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시이 바쿠는 19277월에 발행한 <이시이바쿠 팜플렛 제1>에서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 작품의 배경음악 제목이 <갇힌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으나, 원곡 제목은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라고 밝혀 놓았다.

 

그러나 이렇게 음악의 원제목을 밝혀놓았더라도 이 악곡이 어떤 것이었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 중에는 <프렐류드>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 24개나 되기 때문이다. 작품번호 3(Op.3)의 두 번째 곡은 흔히 <올림다단조 프렐류드(Prelude in C-sharp minor)라고 불리고, 작품번호 23(Op.23)에 포함된 10개의 피아노곡과 그리고 작품번호 32(Op.32)에 포함된 13개의 피아노곡에 모두 <프렐류드>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24개의 피아노곡 <프렐류드>는 모두 조(調)가 다르게 작곡되었기 때문에 서로 구별될 수는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24곡의 <프렐류드> 피아노곡 중에서 일반에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작품번호 3번의 두 번째 곡(Op.3, No.2)<올림다단조 프렐류드(1892)>와 작품번호 23번 작품집의 다섯 번째 곡(Op.23, No.5,)<사단조 프렐류드(Prelude in G minor, 1901)이다. <올림다단조 프렐류드(1892)>는 라흐마니노프가 모스크바 음악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세 때 작곡된 최초의 피아노 전주곡으로, 5개 작품(비가, 전주곡, 멜로디, 폴리키넬리, 세레나드)을 한데 모아서 흔히 <환상적 소품집(Morceaux de fantaisie)>이라고 부르는 모음집의 2번째곡이다.

 

 

<사단조 프렐류드(1901)>1903년에 작곡된 9개의 다른 피아노 전주곡들과 함께 묶여서 작품번호 23번의 모음집에 포함되어 발표되었다. 이 작품의 초연은 1903210일 모스크바에서 열렸는데, 이 연주회에서는 작품번호 23번의 10곡 중에서 전주곡 1, 2번과 함께 5번곡인 <올림다단조 전주곡>이 연주되었다.

 

<사단조 프렐류드>는 시작이 행진곡풍으로 빠른 반면, <올림다단조 프렐류드>의 시작은 장중하고 느린 곡이기 때문에, <갇힌 사람>의 배경음악은 아마도 후자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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