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12월6일 최승희의 벌교 공연이 열렸던 극장은 <벌교구락부>라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극장의 위치를 밝히려는 시도가 이뤄진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벌교구락부>의 존재했다는 사실 조차 이번에 처음 재발견되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1930년 12월9일자 <동아일보(3면)>는 <벌교구락부>의 신축 소식을 전하면서 그 위치를 ”당지(=벌교) 중앙지점인 신시장 하단“이라고 보도했고, 12월14일의 <조선일보(7면)>도 벌교의 “공설극장신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벌교 신시장 인접지에다 ... 구락부식 공설극장을 신축”했다고 전했다. 12월10일자 <부산일보(7면)>는 “벌교극장 신축”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기는 했지만 극장의 위치에 대해서는 서술하지 않았다.
따라서 <벌교구락부> 극장의 위치는 “신시장 하단”이자 “벌교 신시장 인접지”였던 셈이다. 1930년대의 벌교 주민이라면 이정도의 서술로도 그 위치를 충분히 짐작했겠지만, 지금은 그 주소가 밝혀지지는 않는 한 위치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벌교구락부>의 주소가 파악되었는데, 지번 주소는 “벌교읍 벌교리 875번지” 혹은 “벌교읍 시장2길 1번지”였다. 이 주소를 알아내는 데에는 <호남극장문화사(2007, 위경혜)>의 서술과 벌교 거주 한광석 선생님의 증언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호남극장문화사>는 벌교에 등장한 첫 극장으로 1958년경에 소화다리 인근에 설립되었던 <벌교극장>과 1960년대에 개관한 <현대극장>과 <제일극장>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서술했다. <벌교극장>은 임시로 가설된 노천 가설극장이었고, <현대극장>과 <제일극장>은 건물을 신축해 개관한 실내 극장이었다고 한다.
<호남극장문화사>에 따르면 <제일극장>의 개관일은 1963년 3월11일로, 극장주는 ‘나’씨 성을 가진 벌교우체국장과 벌교읍장이었던 김철수의 동생 김상수씨의 공동 경영이었으며, <제일극장>의 첫 상영작품은 <왕자 호동(1962, 한형모 감독)>이었다.
<현대극장>은 <제일극장>보다 2년 먼저 개관해 성업 중이었다는 서술로 미루어, <현대극장>의 개관 시기는 1961년경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극장주는 장학사업을 하던 이길남씨라고 <호남극장문화사>는 밝혔다.
한광석 선생님께 이 두 극장에 대해 문의한 결과 “1930년대 기준 벌교 신시장 하단/인접지”라면 <현대극장> 자리가 <벌교구락부>가 있던 곳임에 틀림없다고 판단해 주셨다. 그동안 필자가 섭렵한 한국의 극장사를 보면 극장은 대개 이전의 극장자리를 이어받아 신설되거나 개설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1960-8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던 <현대극장>자리가 1930-40년대의 <벌교구락부>자리라고 보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였다.
지금은 <현대극장>도 폐관되어 <대성의원>이라는 병원으로 바뀌었는데, 그 주소가 바로 “벌교리 875-6번지”였다. 시장2길을 따라 대성병원의 오른쪽에는 <현대주차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주차장의 상호가 “현대”인 것도 아마 이전의 <현대극장> 자리였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였다.
<호남극장문화사(2007)>의 230쪽에는 벌교읍 거리와 극장의 위치를 명시한 약도가 실려 있는데, 가설극장이었던 <벌교극장>은 소화다리와 홍교다리 사이였고, 제일극장은 현 <벌교 진마트>자리이며, <현대극장>은 벌교 새마을금고 건너편의 <대성의원> 자리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교차 확인을 위해 1916년에 발행된 일제강점기의 토지조사대장과 지적원도를 찾아보았지만, <현대극장>의 주소인 벌교리 875번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지적원도 맨 앞장의 표지에 그려진 약도를 살펴보면, 벌교리의 지번은 1번지부터 862번지까지만 나와 있었다. 아마도 <현대극장>이 있던 875번지와 <제일극장>이 있던 866번지는 1916년의 지적도가 작성되었을 당시에는 주인 없는 공터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2/5/30,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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