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인 1947년 제주시에서 4·3민주항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삼일절 시위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발발한 4·3항쟁으로 많은 제주도민들이 대한민국 경찰과 군대의 탄압을 피해 오사카로 탈출했습니다. 77개월간 계속된 43항쟁 시기를 전후로 최대 1만명의 제주인이 오사카, 특히 이카이노로 밀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탈출로 인해 제주도에 남은 가족과 친척들은 더욱 심한 고초와 탄압을 받아야 했습니다. 일본 탈출자들은 빨갱이, 즉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혔고, 그 가족과 친척들도 4·3동조자이자 빨갱이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제주도민들은 섬 안에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대항하지도 못한 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주시의 4·3평화기념관과 너븐숭이4·3기념관의 기록을 보면 산모와 젖먹이 아이들까지 대한민국 군인과 경찰, 심지어 민간 폭력단원에 의해 살해당하곤 했습니다. 일제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기쁨도 잠시였을 뿐 곧바로 극단적이고 야만적인 이데올로기 대립이 시작된 것입니다.

 

 

한편 북한은 1956년경 한국전쟁의 복구사업을 마치고 <8월 전원회의> 사건을 계기로 일인독재체재를 구축한 후, 일본 적십자사와의 합의를 통해 재일동포들을 북한으로 영구 귀국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재일조선인북송사업 혹은 귀국사업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1957년부터 시작된 1차경제개발5개년 계획으로 많은 노동력과 자본이 필요했던 시기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1951년부터 시작된 한일수교회담에서 진척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재일동포의 한국 이주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북한의 북송사업을 저지하려는 폭탄 테러를 기도하다가 실패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습니다. 후일 타결된 한일수교협상에서도 한국은 재일조선인의 일본 영주권 취득을 주장했을 뿐 귀국사업에 그다지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일본정부는 재일조선인에게 지급되는 생활보조금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한의 귀국사업에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1956년 통계에 따르면 재일조선인 생활보호대상자는 약 9만여명이었고, 이는 외국인 중 약 90%에 달하는 규모였을 뿐 아니라, 지원 금액도 연간 2억엔 이상이었기 때문에 일본정부도 재일조선인의 북한귀국으로 재정부담을 덜려고 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시작된 귀국사업은 19592월 북한 내각을 통과했고, 그해 12월부터 1961년까지 749백명의 재일조선인이 북한으로 영구 귀국합니다. 한국 정부는 실효성 없이 반대 하다가 1965년 한일 수교가 이뤄진 후에야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미국 정부의 묵인 아래 1968년부터 3년간 귀국사업을 중단시켰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귀국사업은 1971년 재개되어 이후 1984년까지 47백여명의 재일조선인이 추가로 북한으로 귀국했습니다.

 

북한의 귀국사업이 진행되면서 재일조선인 사회는 다시 한 번 이데올로기 갈등에 휘말렸습니다. 북한과 입장이 같았던 총련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선전하면서 재일동포들의 귀국을 독려했고, 남한과 입장이 같았던 민단은 북의 귀국사업에 동요하지 말도록 홍보와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양측 사이에 무력충돌도 빈번히 발생했습니다.

 

 

한편 북한으로 간 재일동포들은 대부분 북한체제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일본으로 되돌아오지도 못했고, 일본 방문까지 제한되는 바람에 고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재일조선인을 따라 북송된 일본 국적의 배우자들과 자녀들까지도 일본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는 비인도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006년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이후로는 북일 교류는 완전히 끊겨서 이제는 거주 이전이나 자유 왕래는 커녕 통신의 자유 문제까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2000년대 한국 민주화와 함께 많은 재일동포들이 사업과 교육과 여행의 편의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북송 가족을 둔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에게 피해가 미칠 것을 염려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국적을 얻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싫어했던 일본 국적 취득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망국과 분단으로 인한 피해를 재일동포들은 지금까지도 겪고 있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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