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단 일행은 박한용 선생의 고려인 이주사와 독립운동사 강연을 들으면서 우수리스크(Уссурийск)로 향했습니다. 크라스키노에서 우수리스크까지는 약 200킬로미터의 거리이고 A189번 국도와 A370번 국도를 타고 약 2시간40분을 달려야 했으므로, 김 발레리아 선생은 중간에 한번 정차해서 휴식하기를 권했습니다.
휴게소는 크라스키노와 우수리스크의 중간지점인 바라바쉬(Барабашское)에 있었습니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시설이 잘 된 것은 아니지만, 도로 변에 주유소와 24시간 카페가 있고 수퍼마켓도 문을 열고 있는 편리한 곳이었습니다.
수퍼마켓 옆에는 담배만 판매하는 전문점도 있었습니다. 빨간 지붕의 카페(KAФE) 옆에 부속건물처럼 이어진 노란색 단층 건물에 응급실(AПTEKA, 압티카)과 나란히 타바크(Табак)라고 쓰인 작은 가게가 그것이었습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타바크가 연해주에도 있는 것을 보니까, 아, 이곳이 유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황휘 선생과 함께 타바크에 들어가 특이한 종류의 담배를 사서 그 맛을 음미하고 있는 동안, 다른 일행은 수퍼마켓에 들어가 쇼핑을 했습니다. 러시아식 빵과 아이스크림, 과자와 마실 것 등을 사가지고 나와서 수퍼마켓 앞에 마련된 케그식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같이 나눠 먹었습니다. 특히 아이스크림이 아주 맛있더군요.
바라바쉬에 정차한 것은 크라스키노와 우수리스크의 중간지점이고, 휴식에 편리한 곳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1937년 강제이주 이전에는 바라바쉬는 고려인 밀집 주거지였습니다.
바라바쉬는 교통이 편리한 군사적 요충지입니다. 1911년 일본군 간첩이 보고한 바라바쉬 주둔 러시아 병력이 약 1천명이었다고 합니다. 이곳이 군사적 요충지였다는 뜻입니다.
또 1911년 5월24일 홍범도, 전제익, 허근(허영장), 이진룡, 조장원, 이춘식, 김중화, 최병규, 엄인섭 등의 의병 지휘관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합을 갖고 의병운동을 개시하면서, 의병 집결장소를 바라바쉬로 정했습니다. 의병들도 바라바쉬를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했다는 뜻입니다.
한편 바라바쉬는 고려인 밀집 주거지였습니다. 고려인들은 이곳을 몽구가이라고 불렀는데, 고려인 정착이 시작되었던 1885년 경에는 이곳의 공식이름이 몽구가이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몽골과 관련된 이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인들은 몽구가이를 ‘멍고개’라고 고쳐 부르기도 했고, 한자로 표기하기 위해 ‘맹고개(孟古介)’ ‘맹령(孟嶺)’ ‘맹현(孟峴)’ ‘맹산동(孟山洞)’ 등의 이름도 사용했습니다.
몽구가이의 고려인 인구는 1906년경 23가구 125명으로 조사되었지만, 1937년 강제이주 직전에는 이곳에 1천명의 고려인과 소수의 러시아인들이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몽구가이가 30년만에 이렇게 급속이 발전한 것은 신설된 도로 덕분이었습니다.
1890년대 초반 연해주 당국은 블라디보스톡에서 두만강 하구의 크라스노예 셀로(=鹿屯島)에 이르는 군용도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노보키예프스키(=연추마을) 주둔 러시아군 수비대의 병사 3백여명과 인근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게 노보키예프스키에서 몽구가이에 이르는 도로 건설을 담당하게 했습니다.
이때 러시아군과 고려인 민간인들의 협업을 중개한 것이 철도간선부설관리국의 통역으로 근무 중이었던 최재형 선생이었고, 러시아 정부는 동원된 고려인들에게 인건비를 지불했습니다.
최재형 선생은 러시아 당국의 방침을 고려인들에게 설명하고, 고려인들의 고충을 당국에 전달함으로써, 노보키예프스키(=연추)와 바라바쉬(=몽구가이) 사이의 도로 건설 임무는 신속하게 완수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최재형 선생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은성훈장을 받았고, 1893년에는 연추 지역의 도헌(都軒)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건설된 도로를 따라서 많은 고려인들은 연추에서 몽구가이로 손쉽게 이주해, 농사와 상업을 통해 안정된 삶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jc, 20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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