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칸 모더니즘(阪神間モダニズム)은 일본에서 상당히 선도적이고 폭넓은 현상이었습니다. 건축과 음악과 미술, 유흥과 스포츠 등의 전반적인 문화 활동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한신칸 모더니즘은 간사이에서 시작되었지만 간토 지방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20세기 일본의 고급예술뿐 아니라 통속문화까지 변화시킨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신칸 모더니즘이 성립,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으로 이주해 들어온 인구 덕분입니다. 이 지역은 일찍이 메이지 시대부터 게이한신(京阪神, 교토와 오사카와 고베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의 부유한 상인들이 스미요시무라(住吉村, 오늘날의 고베시 히가시나다구)에 호화 저택을 지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어서 고베 개항과 함께 상인과 선교사를 비롯한 서양인들이 대거 유입되어 롯코산 지역에 고급 주택을 지었고, 이어지는 다이쇼 시기에는 대학을 졸업한 화이트칼라 지식인, 즉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중산층이 니시노미야 나나엔 지역으로 밀려들어온 것이지요. 이처럼 부유하고 지적인 환경이 조성되자 예술가와 문화인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해 들어온 것이지요.

부유하고 지적이며 문화예술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한신칸 지역은 그 때문에 문화, 교육, 사교 공간을 제공하는 호텔과 오락시설도 들어섰습니다. 건축과 음악과 미술 등의 전형적인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해 지는 한편, 새로운 춤 문화도 이 지역에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한신칸 모더니즘의 춤문화를 지적한 것은 그것이 최승희 선생의 조선무용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최승희 선생은 도쿄 지역에서 무용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것이 활짝 꽃핀 것은 간사이 지역이었습니다.

일본의 신무용이 간사이에서 꽃핀 것은 최승희의 스승, 이시이 바쿠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시이 바쿠는 1915년 제국극장에서 탈퇴, 1916년 6월 도쿄에서 <신극장 제1회공연>으로 일본 신무용 활동을 시작했지만, 흥행에 실패하고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외면당했습니다.

실망한 이시이 바쿠는 1916년 10월, 다카라즈카로 이주, 생계를 벌기 위해 소녀가극단에서 무용교사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무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시이 바쿠는 1917년 2월24일 오사카 긴마츠자(近松座)에서 <근대성악무용대회>를 열었고,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도쿄가 알아보지 못한 신무용을 오사카가 알아본 것이지요.

최승희 선생도 1935년 이시이 무용단에서 독립한 후, 오사카와 고베, 교토의 케이한신(京阪神)지역에서 자주 공연했고, 다카라즈카에서도 여러 번 공연했습니다. 최승희 선생의 조선무용이 한신칸 모더니즘의 중심지들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관객이 이시이 바쿠의 신무용과 최승희의 조선무용을 호평했던 까닭이 무엇이었을까요? 한신칸 모더니즘의 개방성 때문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예술’에 개방적이었고, 일본 전통과 외국 문물이 교류하는 것에 폐쇄적이지 않았습니다.

한신칸 모더니즘의 개방성과 새로운 것에 대한 관용은 이시이 바쿠와 최승희의 예술무용뿐 아니라 <댄스홀>로 대표되는 사교춤에도 적용됐습니다.

1926년 12월, 오사카와 고베를 잇는 한신 국도(현재의 국도2호)가 개통되면서 그 연선에 대형 댄스홀이 생겼습니다. 1927년 <아마가사키 댄스홀(尼崎ダンスホール)>을 시작으로 1930년까지 <쿠이세(杭瀬)댄스홀>, <킹(キング)댄스홀>, <한신회관 댄스팰리스(阪神會館ダンスパレス)>가 차례로 개업해, 일본 댄스 문화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댄스홀의 춤은 서양식 사교춤이었고, 후에 에로틱한 요소가 강해지면서 1937년 군국주의 정부에 의해 폐쇄되었지만, 적어도 한신칸 지역이 새로운 예술무용과 서양식 사교춤을 얼마나 열렬히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이시이 바쿠의 신무용과 최승희의 민족무용을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jc, 2024/6/22)
'니시노미야2024방문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시노미야2024방문단] 8. 다리에 보험든 무용수 (0) | 2024.06.23 |
---|---|
【西宮2024訪問団】7.尼崎のダンスホール (0) | 2024.06.22 |
【西宮2024訪問団】6.西宮七園 (0) | 2024.06.22 |
[니시노미야2024방문단] 6. 니시노미야 나나엔 (0) | 2024.06.22 |
【西宮2024訪問団】5.西宮甲子園 (0) | 2024.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