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신>이 방문하는 니시노미야에 대해 소개하면서, 한신칸 모더니즘과 댄스홀 문화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이같은 사회문화적 분위기에서 일본의 신무용과 최승희의 조선무용이 출발되었다는 점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니시노미야의 역사를 보면 재일조선인과 관련된 3가지 사건이 더 있습니다. 한신소비조합(1931)과 니시노미야 지하호의 벽서(1945년경), 그리고 한신교육투쟁(1948)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방문하는 지역의 조선인관련 역사를 이해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세 사건을 간략하게 소개해 두고자 합니다.

호리우치 미노루 선생의 논문 <한신소비조합에 대하여(阪神消費組合について, 1980)>에 따르면, 1931년 3월20일 발족한 한신소비조합은 일제강점기 재일조선인들이 결성한 공동구매조합입니다. 결성된 곳은 아마가사키(尼崎)의 츠키지(築地)이고 본부도 그곳에 두었지만, 니시노미야(西宮), 나루오(鳴尾), 아시야(芦屋), 아오키(靑木) 등지에 지부를 두었고, 니시노미야 지부의 활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비조합, 혹은 구매조합이란, 오늘날 한국의 생활협동조합과 비슷합니다. 생필품 생산자와 구매자들을 직접 연결하여 중간유통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생산자에게는 판로를 안정시키고, 소비자들에게는 싼값에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조합이었던 것이지요.

니시노미야와 아마가사키, 다카라즈카 등의 한신칸 지역에는 수천명의 재일조선인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이들의 의식주는 일본인 주류사회의 그것과 다른 것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쌀, 된장, 간장, 명태, 고추 등의 식료품과 고무신과 조선의복 등의 의류 등의 생활필수품을 시가보다 20-30%정도 싸게 공급하여 재일조선인들의 생활이익 확보에 주력했던 것인데, 당시 이 지역의 재일조선인들은 영세상이거나 막노동 등의 저소득층이 대부분이었으므로 이같은 소비조합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창립 당시 약 280여명의 조선인 상인들이 참석했고, 아시야의 면공장 경영자 안태운(安泰云)을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하여 조직하였는데, 전성기였던 1930년대 초반에는 한신칸 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인 450세대가 조합원으로 가입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신소비조합의 규약은 11장 34개조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제2조에는 “생활필수품의 구입, 생산가종, 기타 소비경제의 이익옹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었고, 제3조와 4조에는 “조합원의 자격은 한신칸에 거주하는 노동자, 농민 무산시민”으로 설정했고, 제18조는 “출자금을 1구좌에 5엔”으로 설정했고, 제24조는 “이익금의 일부는 구좌 금액에 따라 배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신소비조합은 조합원들의 생활 이익을 확보하는 데에 주력하면서도, <한쇼뉴스(阪消ニュース)>라는 소식지를 발행하여 조합원들 사이의 언론 역할도 담당했고, 야간부를 마련하여 “식자학급(識字学級)”을 운영하여 조선어와 일본어의 문자 보급활동도 벌였습니다.
또 이 조합은 동포들의 재난구원 활동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1934년과 1936년 한국의 남부지방에 큰 수해가 발생했을 때 구호금을 보냈고, 1934년 태풍 무로토(室戸)가 한신지역을 강타했을 때에도 다치바나(立花) 촌에 응급주택 25호를 건설해 집을 잃은 조선인 난민들을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호리우치 미노루 선생에 따르면 이 조합의 1935년 3월17일에 열린 제5회 대회에 참석한 150명의 대의원들은 “소비조합의 확대와 활동의 강화”를 결의한 데 이어 “조합원의 의료, 사망, 결혼, 출산, 주택에 대한 원조”도 결의되었습니다.

한신소비조합은 이 시기에 성행했던 많은 소비조합 중에서 활동이 가장 왕성했고, 1941년 12월말에 일제 당국에 의해 해산될 때까지 수명도 가장 길었는데, 이는 한신칸에 거주하는 재일조선인 민중의 일상생활의 요구에 밀착된 수요를 충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jc, 202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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