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4-5일 방글라데시의 중앙은행인 방글라데시 뱅크(Bangladesh Bank)는 뉴욕 소재 미연방지불준비은행에 예치해 둔 예금 약 10억달러를 강도당했습니다.
실제 강도액은 9억5천만달러였는데, 여러 문헌에서 편의상 10억달러(1billion USD)라고 언급되곤 합니다. 한국 원화로는 1조3천억원쯤 되는 돈이지요. 이는 오프라인과 사이버 은행강도를 포함해 역사상 최고액의 은행강도였던 것이지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강도에 성공한 액수는 8천1백만달러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방글라데시 은행의 컴퓨터에 침입한 해커가 뉴욕 연방지준은행에 예치된 방글라데시 은행의 예금잔고 전액을 35개의 해외 계좌로 송금하도록 요청했으나, 그중 30개는 차단됐고, 필리핀과 스리랑카의 5개 계좌로 요청한 주문만 실제로 이행됐기 때문입니다.
https://nypost.com/2016/03/22/congresswoman-wants-probe-of-brazen-81m-theft-from-new-york-fed/
Congresswoman wants probe of ‘brazen’ $81M theft from New York Fed
New York Congresswoman Carolyn Maloney is calling for an investigation into the theft of nearly $81 million from the Bangladesh central bank account at the New York Federal Reserve, The Post has le…
nypost.com
그나마 스리랑카의 비영리재단 계좌로 송금된 2천만달러는 도이체뱅크의 차단으로 이체가 취소되고 회수됐고, 필리핀의 4개 계좌로 송금된 8천1백만달러 중에서도 2018년 현재 1천8백만달러가 회수되었으므로, 실제의 피해액은 6천9백만달러입니다.
The great Bangladesh cyber heist shows truth is stranger than fiction
www.dhakatribune.com
방글라데시의 2016년의 외환보유액이 303억달러인데, 외채잔액이 452억달러였으므로, 국가재정이 150억달러 적자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10억달러이든 6천9백만달러이든, 컴퓨터 해커에게 은행 강도를 당했다는 것 자체가 방글라데시로서는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이버 은행강도가 누구였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아직은 그 정체를 확정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미국정부와 영국언론은 방글라데시 은행 강도가 라자루스(Nazalus)라는 해커그룹의 소행이며, 라자루스의 배후는 북한 정부라고 주장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angladesh_Bank_robbery
Bangladesh Bank robbery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2016 bank cyber heist The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Building The Bangladesh Bank robbery, also known colloquially as the Bangladesh Bank cyber heist,[1] was a theft that took place in February 2016. Thirty-five
en.wikipedia.org
이들이 북한 정부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박진혁이라는 이름의 해커가 방글라데시 은행강도 중에 디지털 흔적을 남겼고, 그의 인터넷 활동 중에 북한의 ip주소가 발견되었다는 점에 기반을 둡니다. 이에 따라 미국 수사기관들은 박진혁을 긴급 국제 수배해 놓은 상태입니다.
영국은 정부보다 언론이 이 은행강도 조사에 적극적입니다. BBC는 2021년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라자루스 강도사건(The Lazarus Heist)”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연재해 10개 에피소드를 포스팅한 바 있고, 2023년에는 2부로 9개의 에피소드를 추가로 포스팅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CX-Px7H4h4&list=PLz_B0PFGIn4ccgXclIq9gdmf_nFNz-Og8&index=15
BBC 보도의 제목과 그래픽에서 알 수 있듯이, 방글라데시 은행 강도의 배후가 북한임을 확신하는 듯합니다. BBC코리아는 팟캐스트의 한국어 번역본도 포스팅해 놓았습니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7674041
라자루스 강도 사건: 북한은 어떻게 최정예 해커 부대를 만들어 냈나 - BBC News 코리아
대담했던 방글라데시은행 해킹 사건의 배후에는 북한 정권이 있었다.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 북한 해커들은 일명 '라자루스 그룹'으로 불린다.
www.bbc.com
하지만 미국정부의 보고서와 BBC의 보도를 조사한 끝에, 북한이 방글라데시 은행강도의 배후라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박진혁이라는 이름이 본명이라는 증거도 없고, 돈이 실제로 북한으로 흘러갔는지도 추정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정작 방글라데시에서는 이 은행강도가 내부자의 소행이거나 심지어 하시나의 아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루머가 돌고 있어,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여러모로 증거가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Tycoons linked to ex-PM Hasina syphoned $17bn from banks, says Bangladesh Bank governor
In an interview with the Financial Times, BB Governor Ahsan H Mansur claimed that the Directorate General of Forces Intelligence had facilitated forced takeovers of leading banks.
asianews.network
어떤 경우이든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강도 사건은, 방글라데시 정부의 관리미숙으로 발생한 중대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하시나 정권이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jc,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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