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역 끽다점(1909-1922)>은 요리부(=식당)와 끽다부(=카페)를 함께 운영했다. 즉 커피와 홍차 등의 차 종류뿐 아니라 샌드위치나 경양식 혹은 정식을 제공했다. 상호를 ‘끽다점’이라고 한 것을 보아 끽다부를 강조한 것이지만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끽다부와 식사부가 통합된 식당 시설이라면 <남대문역 끽다점>보다 앞선 시기에 문을 열었던 곳이 있었음을 보이는 문헌들이 다수 발견된다.
<남대문역 끽다점>이 개업하기 1년쯤 전, 1908년 10월25일의 <황성신문>은 대한의료원 낙성식 소식을 전하면서 이 낙성식을 축하하여 물품을 기증한 사람의 명단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조금 길지만 기사 전체를 인용해 본다.
“어제 대한의원 낙성식에 물품 기증인원이 아래와 같으니 곧 청주 사쿠라마사무네(櫻正宗)는 타루타카다(樽高田)상회에서, 오뎅(關東煮) 1천 인분은 계동상회(計仝商會)에서, 그림엽서첩(繪端書) 2천권은 일한도서인쇄회사에서, 양주는 대서조모의점(模疑店大西組?)과 천산안(天山岸?)과 천우당(天祐堂=약방)에서,
“과일은 우키야마 카키치(內山嘉吉), 시모베 키타로(下部喜太郞), 카도야나 오지로(門屋直次郞), 끽다점의 오자와 신타로(小澤愼太郞)가, 불꽃놀이용 화약 26본은 고바야시 후지우(小林藤右) 형문(衡門)이, 축하행사용 아치(緣門)는 후지와라 쿠마타로(藤原熊太郞)가 각각 기증했다.”
이 기증자 명단에 “과일은 ... 끽다점의 오자와 신타로(가 기증)”이라는 말이 나온다. 즉, 1908년 10월 경성에는 오자와 신타로라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끽다점이 있었다는 말이다. 아쉽게도 오자와 신타로와 그의 끽다점에 대한 다른 기록은 아직까지 더 발견된 것이 없다.
한편, 1900년 11월24일의 <황성신문> 2면에는 <청향관(淸香館)>의 광고가 실려 있다.
“송교 청향관(淸香館) 가피차 파는 집에서 진요리(眞料理)를 염가로 정결하게 하오니 첨군자(僉君子=여러분)는 왕림 시상(試嘗)하시오. 송교 청향관 고백(告白)"
‘송교(松橋)’는 지금의 신문로1가(=일제강점기의 서대문1정목)에 있던 다리 이름이자 그 인근지역의 동리 이름이었다. 따라서 이 광고문은 서대문1정목에 위치한 <청향관>이 원래 “가피차 파는 집”이지만 새롭게 “진요리를 염가로 정결하게” 제공하기 시작했으므로 “여러분이 오셔서 맛보아 달라”는 뜻이다.
“가피차(加皮茶)”란 커피의 다른 표기이므로 신문로의 <청향관(1900)>은 원래 끽다점이었다는 뜻이다. <남대문역 끽다점(1909)>이나 <오자와 신타로의 끽다점(1908)>보다 8년 이상 앞선 시기에 이미 <청향관(1900)>이 끽다점으로 영업 중이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1899년 8월30일의 <독립신문> 4면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요리점 광고가 실렸다.
“홍릉 앞 전기철로 정거장에 대한사람이 새로 서양요리를 만들어 파는데, 집도 정결하고 음식도 구비하오니, 내외국 손님들은 많이 오시면 소정대로 하여 드리이다. 윤룡쥬 고백.”
이 국문 광고문에 커피를 판다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다음날인 8월31일자 <독립신문> 영문판에는 같은 요리점의 영문 광고에 커피 등의 음료를 판매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REFRESHMENTS! Yun Yong Ju has opened Refreshment Rooms at the Queen's Tomb Terminus, close to the line, where refreshments of all kinds may be obtained including, Tea, Coffee, and Cocoa, etc. Special attention given to the needs of foreigners.”
이 영문 광고에서는 요리나 식사에 대한 말이 없이 “Refreshment Rooms,” 즉 음료를 파는 곳으로만 되어 있다. 내국인들에게는 요리점으로, 외국인들에게는 끽다점으로 광고한 것이다.
따라서 <홍릉앞 끽다점(1899)>이야말로 지금까지 기록으로 발견된 경성의 첫 끽다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끽다점의 역사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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