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와 닥터만> 홈페이지의 <카카듀> 에세이가 인용한 “경성 다방 성쇠기”에서 저자 노다객은 ‘경성 최초의 끽다점이 <후타미>, 조선인 최초의 끽다점은 <카카듀>’라고 회상했었다. 문예잡지 <청색지> 1938년 5월호에 실렸던 글에서였다. 그러나 노다객의 회상이 잘못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문헌 기록들이 나왔다.
<후타미(1926)>에 앞서 <다리야(1917)>가 있었고, <다리야>보다 앞서 <남대문역 끽다점(1909)>이 영업 중이었으며, 그 이전에도 <오자와 신타로의 끽다점(1908)>과 송교(=신문로)의 <청향관(1908)>, 그리고 윤용주가 주인이었던 <홍릉앞 끽다점(1899)>이 개업한 바 있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1910년 3월5일자 <대한매일신보> 2면에는 <청향다관>이라는 요리점 겸 끽다점이 새로 개업한다는 다음과 같은 광고문이 실렸다.
“청향관 신설. 윤진학(尹進學)씨가 광교 북천변에 <청향다관(淸香茶館)>이라는 요리점을 신설하고 각색 요리를 신선히 설비하고 명일부터 개시한다더라.”
더구나 이 <청향다관>은 관공서나 민간단체의 모임이 열리는 요리점 겸 끽다점이었음을 보여주는 신문 보도가 2개나 있었다. 1910년 3월8일과 15일의 <대한매일신보> 기사였다.
“실업가 조병택씨 등 10여인이 재작일 하오2시에 종로 <청량다관>에 모여서 목공조합소 확장할 사건을 협의하였다더라.” (3월8일자)
“재작일 하오3시에 각부대신이 광통관에서 서화를 구경하고 인하여 <청량다관>에 회동하여 만찬회를 하였는데 그 연회 경비는 농상공부 대신 주중응씨가 담당하였다더라.” (3월15일)
이 같은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경성 최초의 끽다점은 <후타미>’였다는 노다객의 회상은 물론, ‘조선인 최초의 끽다점이 <카카듀>’라고 했던 주장까지 흔들리게 된다. 일제 강점기 이전에 개업했던 <청향다관(1910)>과 <청향관(1908)>, 그리고 <홍릉앞 끽다점(1899)>의 주인들은 모두 조선인이었기 때문이다. <청향관>의 광고문은 그 주인이 “대한 사람”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한편, 요리부와 완전히 분리된 끽다점, 즉 커피전문점만 고려한다고 해도 <카카듀(1928)>이전에 다른 끽다점이 개업된 바 있음이 확인되었다. 종합 문예지 <개벽> 1926년 5월호에 첨구생(尖口生)이 기고한 <경성잡화(京城雜話)>라는 글 중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이성용(李星鎔), 이양용(李瀼鎔) 양 박사와 기독교 청년학관의 독일어 교사 양승익(浪承翼)군은 남대문통 소광교 부근에 경성 초유의 <백림관(伯林館)>이라는 독일식 다점을 열고 영업을 개시하였다 한다. 아무 영업이라도 아니하는 것보다는 좋지마는 독일 유학생으로 다년간 연구의 결과가 그 뿐일까. 아마 그들의 전공한 학과는 다과(茶料)요 또 박사시험 논문에도 다점 설계서를 제출하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풍문에는 독일미인의 뽀이까지 있다고 하야 호기심으로 가는 사람이 많았었는데 실제에 가본즉 독일미인은 그림자(影子)도 업고 독신의 총각놈 뽀이만 쑥쑥 나와서 모두 실패하였다고.”
‘백림(伯林)’이란 ‘베를린’의 한자식 음차어이므로 <백림관>은 <베를린 끽다점>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다. 기사 마지막의 ‘독일미인의 뽀이’에 대한 풍문은 이성용의 아내 마리 와이스 하우프트만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용은 프라이부르크 유학 시절에 만난 체코 국적의 보헤미아 출신의 간호학과 학생 마리 하우프트만과 결혼해, 1925년 11월 함께 귀국했었다.
<백림관(1926)>에 대한 다른 기록이 발견되지 않아 더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 끽다점은 이경손이 문을 열었던 <카카듀(1928)>보다 2년이나 앞서 개업했던 커피 전문점이었음에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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