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용신2022>라는 이름으로 모인 지 채 반년이 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210, 정세화, 최명철 선생님과 함께 3명이 시작한 <무용신2022>의 회원이 지금 60명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무용신 5차 캠페인>으로 430명의 재일 조선학교 무용부 학생들에게 무용신을 선물했고, 지금은 김발레리아 선생님이 이끄시는 <연해주 아리랑 가무단>에 약 60벌의 무용의상을 보내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김현동, 김산하 선생께서 동해에서 발송하신 무용의상은 조만간 키르기즈스탄을 경유해서 우수리스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팀아이> 시절부터 따지면 우리 활동이 2년 반째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4백여 명의 후원자들이 모아주신 성금 약 3천만 원으로 1천명 이상에게 무언가 도움을 드렸습니다. 그게 우리의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드린 도움은 돈의 액수로는 보잘 것 없습니다. 무용신이나 무용의상은 그 자체로 비싼 선물이 아니니까요. 다만,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춤추기를 멈추지 않는 우리학교 학생들과 역경 속에서도 민족문화의 터전을 일구시는 고려인 동포들에게 우리가 함께 한다는 연대감을 보여드리는 정도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의 도움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심정적이고, 실질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입니다. 우리는 그 점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연해주 아리랑 가무단 후원> 캠페인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우리학교를 위한 <신입생 무용신> 캠페인을 앞둔 지금, 우리의 위치와 자세를 점검해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들 보기에는 그럴 듯한 업적이 조금씩 쌓이더라도 우리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거나 혹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라면, 그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우리가 하는 일이 운동이 아니라 외교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에서는 피아를 구분하고, 아군 역량을 키우고, 적군을 공격해서, 목표를 달성해야 하죠. 적폐 청산이라든가, 국가보안법 폐지라든가, 검찰 개혁이나 언론 개혁 등을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런 운동에 저도 찬성하는 것이 많고, 다른 장에서는 운동하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무용신2022>운동 단체가 아니라 외교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일 우리학교를 후원하고, 연해주 아리랑 가무단을 지원하는 것이 무슨 운동이겠습니까? 대화하면서 필요를 알고, 힘이 닿는 대로 긴급한 필요를 채워드리는 것,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을 설득해서 그 일에 동참해 주시도록 권유하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외교입니다. 그리고 외교에서는 대화를 통한 이해협상을 통한 협력이 중요하죠.

 

외교가 필요한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인간 조건입니다. 그것은 지내온 시간과 살아온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 것이니까요. 다만 이 차이는 무너뜨리고 극복해야 할 적대적 모순이 아닙니다. 이해하고 끌어안을 친근한 차이죠. 끌어안으면 서로가 더 풍부해지는 차이입니다.

 

물론 서로 다른 나라에 오래 살다 보면, 양식이나 관습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식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이 일본식이나 러시아식과 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저도 20여년 미주에서 살다 돌아와 보니, 달라진 것도 많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많습니다. 거꾸로 저를 보시면서 쟤는 왜 저래?’하는 생각이 드시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차이점들은 극복할 모순이 아니라 끌어안을 차이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끌어안는 법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동포정체성을 공유한 사람들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차이도 있지만 더 큰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가끔씩 차이가 지나치게 커 보이고, 공통점이 너무 작아 보인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가 조심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바뀌면 진위와 선악까지도 달라지는 게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차이를 끌어안고 조정해 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그것은 운동가가 아니라 외교관의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명한 운동가보다 온화한 외교관이 되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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