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동 선생님의 별명은 “무궁화 화가”이다. 조선대 미대 1회 졸업생이고, 허백련 선생과 오지호 선생으로부터 한국화와 서양화를 사사, 지금까지 연 1-2회의 전시회를 꾸준히 열어, 통산 40여회의 개인전을 여신 분이니 ‘화가’라는 타이틀은 당연하다. 또 동,서양화를 넘나들면서 무궁화 소재의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셨으니 ‘무궁화’의 화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가 ‘연극인’으로도 활동했었던 뜻밖의 경력이 드러났다. 이학동 선생님과의 첫 인터뷰에서 필자는 그의 출생 및 가족 배경과 학력과 경력을 되도록 자세히 알아내려고 했다. 그중에서도 그분의 배경이나 경력 중에서 <나주극장>과 관련된 사항이 있는지 찾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연극인’으로서의 경력이 새롭게 드러났고, 그의 작품이 <나주극장>에서 상연된 사실이 발견됐다. 이 작품의 제목은 <남매>였고, <나주극장>에서 약 한달 가량 장기 상연됐다고 했다.
그동안 언론이나 학계는 이학동 선생님의 ‘연극인’ 경력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주 언론과 전남의 언론, 나아가 전국지들이 “무궁화 화가”에 대한 기사를 많이 보도했지만, 그를 ‘연극인’으로 소개한 기사는 없었다. 유일한 예외는 2015년 1월3일자 나주 신문 <빛가람타임스>의 기사였다.
“천년고도 목사고을 예향 나주에서 예술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어김없이 9순의 팔방미인 청운 이학동(李學童 91세) 화백(畵伯)이 거론되곤 한다. 그는 나주를 대표할 수 있는 화단의 거목으로 동서양의 미술세계를 오가는 화가이자 연극인이며 연주자로서도 결코 프로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기사도 이학동 선생을 “화가이자 연극인이며 연주자”라고 소개하면서도 그가 연극인으로 활동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없었다. 다시 말해 이학동 선생의 ‘화가이자 연주자’로서의 활동상은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지만, 그가 왜 ‘연극인’이기도 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날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학동 선생님은 “내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던 <남매>라는 연극이 <나주극장>에서 한 달 동안 상연되었다”고 증언하셨다. 자신의 연극 경력에 대해 최초로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신 것이다. 이 작품이 <나주극장>에서 초연되었을 뿐 아니라, 한 달 동안이나 장기상연 되었다고 하니 필자로서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학동 선생님은 이 연극 상연을 위해 각본과 연출뿐 아니라 무대 장치를 직접 제작했고, 배우가 모자라서 자신이 직접 일부 배역을 담당해 출연하기도 했다고 하셨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언론 보도 영역에서라면 이른바 ‘단독’ 혹은 ‘특종’이라고 불릴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필자는 <남매>의 상연 시기와 배역, 출연진과 스탭진, 이 작품이 <나주극장>에서 상연된 사정과 경과가 어떠했는지 자세히 묻지 못했다. 인터뷰가 이미 1시간 가까이 길어졌기 때문에 이학동 선생님께서 피곤해 하셨기 때문이다. 다만, <남매>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고 하셨던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1950년대 중,후반이나 1960년대 초의 작품이었을 것으로 짐작했을 뿐, 더 구체적인 사항은 후속 인터뷰로 미루기로 했다.
이학동 선생님은 또 자신의 연극인 경력이 조선대 미술대학 재학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은 조대 연극부의 창단 멤버였고, 당시 여러 학생들과 협력해 정기 공연을 시작했으며, 자신은 미대 학생으로서의 특기를 살려서 무대장치를 도맡아 제작했다고도 하셨다.
또 여수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동안에는 학생들을 조직해 <교우>라는 제목의 연극을 상연한 적이 있다고도 하셨다. 이학동 선생님의 답변을 종합하면서, 필자는 그의 연극인 경력에 호기심이 급중했다. 그래서 당시의 전국 및 전남 지역의 연극계 상황을 미리 공부하면서 이학동 선생님의 2차 인터뷰를 준비하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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